티브로드 비정규직 파업:
단호한 점거 투쟁과 연대로 승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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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로드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 34일 만에 인상적인 승리를 거뒀다.
노동자들은 노조 탄압으로 악명 높은 원청 태광그룹을 상대로 싸워, 평균 23퍼센트(45만 원)의 높은 임금 인상을 따냈다! 월 10시간 이상 노동시간도 단축시켰고, 노조 교육시간, 사무실, 전임자 등 노조 활동도 보장받았다.
원청 사용자성을 부정하던 태광 측을 직접 교섭에 끌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번 투쟁은 ‘진짜 사장’의 책임을 감추고 노동자들을 열악한 처지로 내모는 위장도급 문제를 다시금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구실을 했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와 단체 들이 티브로드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며, 이들을 주목했다.
무엇보다 티브로드 파업은 열악한 처우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투쟁을 통해 처우를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노동자들은 한 달 넘는 파업 기간 동안 단단하게 대열을 유지했고, 과감하게 본사 점거 농성까지 돌입하며 원청을 직접 압박했다.
안 그래도 그룹 전 회장 모자가 횡령 혐의로 구속되고 지금도 각종 비리 논란에 휩싸인 태광그룹 측은 이런 노동자들의 저항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위장도급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라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티브로드 대표 이상윤은 “케이블 업계 최고 수준의 근로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며 양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업계 최고
앞서 동종업계 씨엔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승리도 이번 투쟁에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씨엔엠 투쟁에 자극을 받아 올 초 노조를 결성하며 싸우기 시작했고, 씨엔엠 노동자들이 거둔 성과(임금 32만 원 인상 등)에서 출발해 더 높은 임금 인상도 따낼 수 있었다.
요컨대, 티브로드 노동자들의 투쟁과 승리는 ‘나쁜 일자리’의 대명사가 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와 잠재력을 보여 줬다.
최근 몇 년간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상적인 조직화와 투쟁의 가능성을 보여 주며 노동계급 전체에 자신감을 주는 구실을 했는데, 티브로드 파업도 이런 투쟁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려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바지사장’들의 횡포와 원청의 외면 속에서 분노를 폭발시키며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금 삼성전자서비스 등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티브로드 파업의 승리에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원청 사용자의 양보를 끌어냈던 것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