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법인화’ 이후:
폐해가 드러나며 불만이 끓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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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거점 국립대로의 성장”
올해부터 법인으로 전환한 인천대 당국이 내세우는 슬로건이지만 현재 인천대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인천대는 올해 등록금을 0.5퍼센트 인하했다. 지난해 시립대였을 때 5퍼센트 인하했는데 말이다. 현재 인천대의 등록금은 전체 국공립대 평균(2백61만 9천3백 원)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국공립대 4위다. 반면 장학금 수혜율은 전국 국공립대학 48개 중 41위다.
인천시는 2010년 인천전문대와의 캠퍼스 통합과 법인대학으로 전환시 약속한 9천2백34억 원을 주지 않았다. 캠퍼스 통합으로 정원이 4천 명이 늘었지만 약속한 부지도 제공하지 않아 캠퍼스는 좁아 터진다. 그리고 이제는 ‘국립’이 됐으니 입 싹 씻고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2006년 체결한 양해각서를 빌미로 앞으로 5년 동안은 인천대에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인천대는 인천시에게서 받는 3백억 원(이것마저 12개월 할부로 주고 있다)과 인천대가 빚진 2백억 원으로 겨우 운영되고 있다. 이는 비슷한 규모의 국립대인 공주대가 7백억 원으로 운영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국가가 지원한 돈은 인천대의 빚 2백억 원에 대한 이자 9억 원이 전부다. 내년에 책정된 지원액도 같은 국립법인대학인 서울대의 1퍼센트에 불과하다. 명백한 차별이다.
재정 위기의 고통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맘 놓고 공부하거나 편안히 쉴 공간조차 없다. 심지어 조금만 늦어도 서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진다. 연습실, 학생회실, 동아리실조차 제대로 없고 학생 식당이 부족해 밥 먹는 것이 불편할 정도다.
수업권조차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한다. 인천대의 전임교원확보율은 전체 국공립대 꼴찌다(전체 대학 평균 79퍼센트, 인천대는 32퍼센트). 들을 만한 수업도 별로 없거니와 듣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듣는다.
게다가 제물포 캠퍼스 학생들은 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폐허나 다름없는 캠퍼스에서 3년째 다니고 있다.
차별
다행히 올해 초부터 8개월 동안 학생들이 학교 당국에 끈질기게 요구한 결과, 2백 석 규모의 학생식당과 대형휴게실, 스터디룸, 일부 단과대실을 2015년까지 완공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여전히 기숙사 부족 문제와 제물포 캠퍼스 학생들에 대한 차별은 남아 있다.
법인화 이후 직원들의 신분도 불안해졌다. 많은 교양 강의를 초빙교원(40.6퍼센트)과 시간강사(43.9퍼센트)로 채우고 있어 고용불안이 심각하다.
학교 당국은 ‘국비지원이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 운운하면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기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진정한 책임은 지난해 학생과 노동자 들의 ‘법인화 추진 유보’ 요구를 무시하고 법인화를 강행한 학교 당국과,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 국가와 인천시에 있다.
인천대는 신자유주의적 교육 개편의 일환인 법인화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총장 직선제 폐지와 독단적인 법인 이사회 구조로 학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대학을 법인이사회 소유로 만들어 국가의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국가와 인천시가 안정적인 교육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또 학생과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법인화를 강행하고, 그 책임을 학생·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학교 당국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인천대를 제대로 ‘국립화’하는 대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