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틀린 약이든, 썩은 약이든 먹으라는 돈벌이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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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원내 약국은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약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정규시간에 처방되어 변경 없이 예정대로 투여될 약을 ‘정규약’이라고 하고, 환자의 상태 변화에 따라 예정에 없이 추가되는 약들을 ‘추가약’, ‘응급약’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의 S병원이 약사 수 부족을 이유로 직원들에게 추가약을 줄이는 방안을 고안하라고 했다고 한다. 다른 병원에 견줘 보수도 적고 인력도 적은데 노동강도는 높아 약사들 다수가 사직했기 때문이다.
이 병원에서는 얼마 전까지 환자를 이송하던 이송 사원이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약사 대신 저임금의 무적격자가 약을 조제하는 것이다.
게다가 환자에게 투여될 정규약이 제시간에 병동으로 올라 오지 않아서 간호사가 병동에 비치된 약을 투여하기도 한다.
이런 황당한 일들은 곧 환자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
만약 의사가 잘못된 처방을 내면, 간호사가 처방을 받으면서 거를 수 있고, 간호사가 거르지 못한 처방은 약사가 약을 조제하면서 거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적격자가 약을 조제하게 된다면 잘못된 처방이 여과되지 못하고 그대로 환자에게 투여될 것이다.
간호사가 병동에 있는 비치약으로 투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치약들은 유효기간이 지났는지 확인할 수 없고, 부적절한 장소나 부적절한 온도에서 변했을 수도 있다.
실상이 이러한데도 추가약을 줄이는 방안을 고안하라고 지시한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매일 똑같은 약만 투여받으면 되는 환자라면 비싼 병실료를 물어가며 입원해 있을 필요도 없지 않은가.
자본주의의 병원은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환자들이 잘못된 약을 먹든, 썩은 약을 먹든 관심이 없다. 이윤 추구만이 목표일 뿐이다.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