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용산 남일당에서 경찰 폭력에 남편과 아버지를 잃어야 했던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얼마 전 밀양의 송전탑 반대 현장을 지지방문하였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말할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았을 이야기들, 남편과 아버지의 싸늘한 시신을 거두어야 했던 것과 뒤이은 경찰의 무자비한 탄압 등 자신들이 4년 동안 겪었던 경찰에 의한 살인·폭력에 대한 말하기도 싫은 끔찍한 이야기를 밀양 주민들과 슬픔을 나누기 위해서 꺼내었다.
같은 날 불과 몇 시간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송전탑 찬성 주민들의 집회가 예정되었던 밀양 시청 앞에는 천여 명가량이 참석한다는 홍보와는 달리 불과 20여 명가량이 얼굴을 보였다. 그나마 송전탑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항의해 결국 집회는 무산되었다. 송전탑 공사를 ‘축하’하려던 그들은 잘 차려입은 옷차림인 반면, 할머니들은 농사의 햇빛을 피하기 위한 모자를 눌러 쓰고 조끼를 입은 ‘투쟁’ 복장이었다.
같은 지역주민인지 아닌지는 부차적인가 보다. 용산과 밀양은 다른 지역에서, 다른 목적으로 싸운 듯 하지만 강정, 대추리와 마찬가지로 진정 현 시대의 잔인함을 증거하는 같은 공간이다. 핵발전소와 ‘국격’, 뉴타운 돈 냄새를 따르는 추종자들, 경찰과 그 폭력을 비호하는 국가 기관이 엮어낸 공간에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싸움에 나섰으나 분연히 승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