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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왜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가

슈퍼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한 직후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별 성과 없이 막을 내릴 듯하다. 왜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지 마틴 엠슨이 살폈다. 마틴 엠슨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당원이며, 연합체인 기후변화반대운동의 지도적 회원이다.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휩쓸고 간 뒤 남긴 참상은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집과 일터를 잃었다.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인류는 날씨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학 지식과 생산력이 크게 발전했고, 따라서 더는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수많은 사람들을 빈곤하고 굶주리게 만든다. 자본주의는 기후 위기도 만들고 심화시킨다.

괴물 태풍과 그 피해는 모두 자본주의 탓 자본주의가 야기한 기후변화는 초대형 태풍을 낳고, 돈 없는 사람들은 그에 대비하거나 피할 수가 없다. 태풍 하이옌으로 파괴된 필리핀 동부, ⓒ사진 출처 Conrad Navidad (플리커)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한 직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유엔 기후변화 회의가 열렸다.

필리핀 대표로 이 회의에 참석한 필리핀 기후변화위원회 위원 나데레브 사노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대책을 세워 달라며 간절하게 연설했다. 사노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단식을 하겠다고 했다.

안타깝지만 사노를 포함한 필리핀 사람들은 회의 결과에 실망할 것이다. 이번 회의는 제1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인데, 지난 18번의 회의가 그랬듯이 뚜렷한 대책이 합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환경 재앙을 줄이는 것보다 대기업의 이익을 앞세울 태세인 정치인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실질적 대책을 세우지 못하도록 가로막아 왔다.

“환경파괴 기업 대변인들이 회의장을 차지했다” 국제노총과 환경단체들은 정부들을 비난하며 유엔 기후변화협약 회의장에서 철수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불합리는 일상다반사다. 지배계급은 자기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자본가들은 자유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최선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1876년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썼듯이, “자연과 사회의 관계에서, 지금의 생산양식[자본주의]은 대체로 즉각적이고 눈에 가장 띄는 결과를 낳는 것에만 관심을 둔다.

“그러고 나서는 이런 목표를 위한 행위가 장기적으로는 꽤나 다른 결과를 낳는 것을 보며 놀라 뒤로 자빠진다.”

그 결과로 환경 위기는 점점 심각해지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시달린다. 필리핀 같은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연재해가 휩쓸고 난 뒤에도 그 폐허 위에서 다시 살아가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다.

도시 팽창, 빈곤, 토지 부족 때문에 사람들은 매우 위험한 곳에서 살도록 내몰린다. 이주할 곳이 있다 해도 다수는 자기 일자리를 버리고 떠날 여력이 없다.

필리핀 지배계급도 서방 지배계급들만큼이나 추악한 자들이지만, [이 문제를 제대로 알려면 세계적 세력 균형도 알아야 하고,] 세계적 세력 균형을 알려면 제국주의 개념을 분석에 포함해야 한다. 현대 자본주의 국가들이 서로 경쟁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서로 힘을 겨루는 것을 일컬어 제국주의라고 한다.

최근에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경쟁을 벌이는 것도 제국주의의 한 사례다.

과거에 스페인, 영국, 미국은 필리핀을 놓고 쟁투를 벌였다. 이후 필리핀은 [강대국들의] 수출 시장이자 값싼 원료와 농작물의 원천으로 바뀌었다. 오늘날에도 필리핀은 미국산 농산물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다.

필리핀은 쌀 같은 기초 식료품은 자급자족하지 못하지만, 코코넛 같은 수출용 식료품은 엄청나게 많이 생산한다.

게다가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인 사회적 분할 탓에 최빈국들이, 그리고 그 나라들의 극빈자들이 기후변화의 피해를 가장 심하게 본다.

2013년 보고서

필리핀 사람들에게 기상이변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거의 1년 전 태풍 보파가 필리핀을 덮쳐 2천 명이 사망했다. 태풍 하이옌은 올해 필리핀에 상륙한 세 번째 슈퍼태풍이고, 올해 10월에만 대형 태풍 7개가 필리핀을 지나갔다.

태평양 중부에서 발생한 태풍이 서쪽으로 가는 동안 마주치는 첫 번째 육지가 필리핀이다.

개개의 태풍을 다 기후변화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기후변화 탓에 태풍이 심해지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태평양의 수온이 지난 1만 년 이래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드러났다. 태풍은 바다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따라서 수온이 올라가면 태풍은 더 강해지고, 십중팔구 더 자주 일어날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지구온난화에 관한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국제기구)은 2013년에 낸 보고서에서 대서양 북부에서도 태풍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그만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점점 심각해지는 것은 단지 태풍만이 아니다. 북극해에서 오는 보고를 보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메탄이 바다 밑바닥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이 과정은 더 빨라지고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온실가스이고, 대기 중으로 들어가면 기온 상승을 더 부추긴다. 어떤 연구자들은 2014년 9월이 되면 북극에 “얼음이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극지방의 얼음은 지구로 들어온 태양 에너지를 다시 우주로 반사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지구 온난화가 한층 더 빨라질 것이다.

세계 모든 곳에서 날씨와 기후가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새러 페일린[미국 공화당 소속 정치인]의 고향 알래스카의 올해 10월 기온은 평년 기온보다 거의 8도나 높았다.

바로 얼마 전에 세계기상기구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해수면은 역사상 최고로 높았다.

지금 추세로 가면 올해는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알래스카에서]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다. 기온이 높으면 만년설과 빙하가 녹기 때문에 해수면이 올라가는 데 일조한다. 해수면이 올라가면 태풍의 파괴력이 세지고 홍수도 일어난다.

11월 14일 〈이코노미스트〉는 태풍 하이옌이 일으킨 경제적 손실액을 90억 파운드[약 15조 원]로 추산하면서, 손실액이 “비교적 낮은” 이유는 태풍이 매우 가난한 지역에 타격을 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 부유한 나라에서 기상이변이 일어나면 손실액은 더 커질 것이다.

2011년 이래 미국에서는 기상이변이 25차례 일어났고, 그에 따른 손실액은 6억 파운드[약 1조 2백억 원]였다.

그러나 기상이변이 끼치는 영향은 순전히 돈으로만 측정할 수 없다. 태풍 하이옌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최대 1천1백만 명이고, 약 60만 명이 노숙인 처지가 됐다.

2010년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홍수로 농경지가 57만 헥타르 이상 파괴됐다. 2011년 아프리카 동부지역에서 일어난 가뭄은 1천3백만 명에게 피해를 줬다. 2012년 러시아에서 일어난 가뭄으로 곡물 생산이 25퍼센트 감소했다.

섭씨 2도

그러나 정부들은 여전히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는 데 매우 굼뜨다.

2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회의는 세계 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견줘 섭씨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모든 참가국을 강제하는 협정을 2015년까지 도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일어난 기후변화로 발생한 피해를 되돌리기에도 불충분한 이 온건한 협정조차 2020년 이후에나 실행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역사상 최고로 높았다. 그래서 바르샤바 기후변화 회의가 열리기 바로 1주일 전에 발표된 유엔 보고서는 ‘섭씨 2도’ 목표를 달성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르샤바에 모인 각국 정부 대표들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있는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에 책임을 묻고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는 점을 안다.

오늘날 많은 연구 결과들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 바꾸더라도 세계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재생 가능 에너지로 바꾸려면 어마어마한 규모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와 기업들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역대 정부 중 가장 친환경적인” 정부가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재생 가능 에너지에 주는 정부 보조금을 삭감했고 석유와 가스를 사용하는 발전소에 수십억 파운드를 투자했다.

전 세계 상위 2백 개 기업은 2012년에 4천4백10억 파운드[약 7백50조 원]를 새로운 석유와 가스를 찾는 데 썼다. 이 돈을 친환경 에너지에 썼더라면, 위험천만한 지구온난화를 막는다는 목표에 지금쯤 훨씬 더 가까워졌을 것이다.

이런 불균형은 제국주의의 또 다른 측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주요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의제를 빈국들에 강요하기 때문이다.

서방 정부들은 남반구의 빈곤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방 정부들은 그 문제에 큰 책임이 있다.

최강대국 정부들은 영향력을 행사해 이번 바르샤바 회의에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이 산업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예전에 유럽과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오염과 환경 파괴를 일으켜야 하는 이유는 없다. 오로지 자본가들의 근시안 탓에 산업 발전이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것이다.

태풍 하이옌이 낳은 참상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즉, 이 체제에 도전해서 인간과 지구를 위해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자원을 이용하는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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