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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 정태효 목사, 공동의장 박승렬 목사 인터뷰:
“박근혜 사퇴 요구는 도둑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

12월 16일부터 열흘간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이하 목정평)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 금식 기도회를 연다. 목정평은 30년 가까이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FTA 반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사회 문제에서 정의로운 목소리를 내 온 진보적 기독교 단체다.   

박근혜 사퇴를 요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정태효(이하 정) : 이 사태의 추이에 맞춰가며 이미 오랫동안 정부에 요구해 왔습니다. 사제단의 사퇴 촉구 미사 전부터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목요기도회도 계속 열어 왔죠. 이 사건이 밝혀진 직후부터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이어서 국정조사와 특검도 요구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를 거부해 왔습니다. 그러다 국정원이 올린 트윗 1백20만 개가 또 밝혀졌어요. 우리는 이런 부정선거를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사제단의 사퇴 촉구 미사 전에 대전·충남 지역의 목정평은 이미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 정태효 목사 ⓒ이미진

일각에서는 정교분리를 내세워 종교계의 사퇴 요구를 비난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과거에 교황이 정치까지 다 하는 것을 안 된다고 한 것이 정치와 종교의 분리입니다. 개혁교회가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도 가톨릭 교회가 돈 받고 면죄부를 파는 것을 비판하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즉, 사회를 개혁하고 교회를 갱신하자는 것이었죠.

종교도 사회와 맞물려 가는 것입니다.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경제는 거품이고, 이런 상황에서 종교만 따로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민중을 대변해서 사회정의를 이루는 것이 종교인들의 역할입니다. 제가 정치인 되려고 지금 행동하는 건가요? 신부님들이, 승려분들이 정치인 되려고 행동하나요? 목회자로서, 불자로서 각자 이 땅에 정의가 흐르게 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종교 사찰까지 하고 있습니다. 2백여 명이 모인 작은 성당에서 한 강론까지 문제 삼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사회의 평화를 바라며 한 얘기를 맥락을 떼어 놓고 몇몇 단어만 가지고 비난하는 것이죠.

이런 광범한 불법, 부정에도 아직 사퇴 운동이 광범하게 벌어지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 예전 같으면 이미 몇 번은 엎어졌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구심점이 없어요. 각자 열심히 투쟁하고 있죠. 강정, 쌍용, 밀양 등 여러 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따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밀양 희망버스에 3천 명이 참가했다는데 이런 움직임이 하나로 모이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래서 종교가 이런 상황에서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요.

한편, 민주당 등은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서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고 봐요.

사실 창조경제는 거품경제고, 가계부채도 심각한 상황이죠. 얼마 전 통계를 보니 가구당 월 36만 원 정도를 빚 갚는 데 쓰는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먹고살기가 어려우니 보통 사람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소외되고 억압받고 자살로 내몰리고 있죠. 쌍용차 손해배상 소송 결과를 한 번 보세요. 노동자들더러 47억 원을 배상하라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우리가 자신의 문제에서 투쟁하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내몰고 있습니다. 강정 주민들,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전교조까지 다 그렇지 않습니까.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공동의장 박승렬 목사 ⓒ이미진

최근 목정평 긴급총회에서 전국적으로 박근혜 퇴진 운동을 확산시키겠다는 결의를 모았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 계획이 궁금합니다.

박승렬(이하 박) : 이미 지방에서도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이 정리된 상황이에요. 이런 분위기를 퇴진 촉구 금식기도회로 묶어 내려 하고 있어요. 기도회 전에 지방을 돌며 동참을 호소할 것입니다. 기도회에 동참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지지 방문을 해 달라고도 말할 것입니다. 군산과 전주, 광주 등에서는 이미 시국선언을 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박창신 신부를 수사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박근혜가 검찰총장을 임명하며 헌법이나 자유민주주의를 부인하는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생각의 자유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지금이 유신 시대도 아닌데 해도 너무합니다.

: 우리는 자유민주주의가 완성됐다고 착각하지만 저들은 정말 불의한 집단이에요. 그에 비해 우리는 너무 신사적으로 그들을 대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는 도둑놈에게 나가라고 요구하는 거예요.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죠.

지금 이 사회에는 언론의 자유도 없어요. 그런데 종교의 자유마저 침해하려 합니다.

: 강론과 설교를 사법적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종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이건 용납할 수도, 타협할 수도 없는 문제예요. 만일 정말로 처벌한다면 전 세계에서 항의할 거라고 봅니다. 일제 시대와 유신 시대에나 강론을 감시하고 사찰하는 일들이 있었어요. 사실 이들은 유신 잔당들이에요. 비서실장 김기춘은 유신 헌법을 기초한 유신 본당이기도 하고요.

: 우리는 이런 상황들을 꿰뚫어 보고 함께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종교가 이걸 깨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금식기도회가 그런 구실을 하길 바랍니다.

인터뷰·정리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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