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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의 “여성할당제” 찬ㆍ반 논쟁, 그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이 글은 지난 호에 실린 김성보 씨의 글('전교조 최근 쟁점들')의 일부 내용에 대한 반론이다.

"여성할당제" 실시에 대한 원론적이고 당위적 차원에서의 지지가 아니라 전교조 내부의 찬·반 논쟁과 전교조 조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전제로 한 입장 표명이 되기를 바라며….

"여성할당제" 찬·반 논쟁에 대한 오해부터 바로잡자

첫째, 전교조의 "여성할당제" 실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여성할당제" 제도 자체에 대한 찬·반 논쟁이 아니라 전교조 규약에 "임원 및 선출직인 대의원, 중앙위원의 50퍼센트를 할당하여 선출한다"는 "여성할당제 강제 실시"에 대한 찬·반 논쟁이다.

둘째, 어떤 조직이든 하나의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고자 할 때 그 제도 자체가 가지는 유용함과 함께 과연 그 제도가 조직에 꼭 필요한 제도인지,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은 없는지 등 조직 내의 조건과 현실을 충분히 따져보고 제도의 수용 여부와 수용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며 올바른 관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 반대 입장에 대해 현실적인 어려움만을 과도하게 생각해 제도의 유용함을 외면하는 것으로 왜곡하지 말자.

셋째, "여성할당제" 실시에 반대하는 이유를 여성 조합원들의 능력이나 자질의 부족함을 걱정하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잘못이다. 여성이라고 해서 전교조의 임원을 맡는 데서 능력이나 자질이 부족할 수 없다. 다만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도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고민이 없으면 임원으로서 갖춰야 할 판단력이 떨어지듯이 사업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참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과연 "여성할당제"가 전교조나 민주노총 같은 투쟁 조직에서도 꼭 필요한 제도인가?

"여성할당제는 극약 처방이다!!"

이 말은 대학의 여성학 시간에 어느 교수님이 한 얘기라는데, "여성할당제"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현저히 낮고 여성에 대한 구조적 불평등이 심각한 경우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 할당을 강제로 실시하도록 만들어진 제도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한 구조가 여전히 존재하는 기업에서 여사원의 승진, 정부 기구에서 여성의 참여 보장, 정당에서 여성 공천 등의 경우처럼 여성의 지위 보장이나 능력에 따른 균등한 기회의 보장을 강제해 내기 위해 여성할당제를 실시하는 것은 꼭 필요한 조치임에 틀림없다. 교직 내에서도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는 교장이나 장학사 시험, 부장 교사 임명에서는 전교조가 앞장 서서 여성 할당제를 요구할만한 사안이다.

그런데 과연 운동 조직인 전교조나 민주노총 같은 조직에서도 "여성할당제"가 꼭 필요한 것일까?

첫째, 임원이나 대의원, 중앙위원을 맡는데 여성이라고 해서 제약을 하거나 기회를 주지 않는 등 구체적인 불평등이 존재하는지 짚어보자. 또한 이러한 형식적인 불평등이 아니라도 암묵적인 불평등이 존재하는지도 잘 따져보자.

현재 전교조 내에서 여성이 임원을 맡겠다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막는 경우는 전혀 없다. 또한 암묵적인 남성 위주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여성이 임원을 맡지 못하게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현재 전교조의 문제는 일을 맡기고 싶어도 임원을 맡고자 나서는 여성 조합원이 많지 않은 것이 문제인 것이다.

둘째,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임원이 된다는 것이 출세의 자리나 승진을 위한 지위가 보장되는 것과 같은 것인지 따져 보자.

전교조의 임원이 되고 대의원과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는 일은 지위를 얻는 것이 아니라 많은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조직을 위해, 우리가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힘들게 일하기 위해 맡는 자리인 것이다.

운동 조직에서 임원이 되는 것이 마치 무슨 지위를 얻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관료화된 사고이다. 혹시나 전교조의 임원을 맡고 위원장을 하는 것이 출세를 위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에 나선 사람으로서 자신이 올바른 관점과 자세로 활동하고 있는지 깊이 반성해 봐야 할 일이다.

전교조에서 여성 조합원의 활동력이 낮고 임원 및 대의원, 중앙위원의 비율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 교사 집단은 비교적 남녀간의 불평등이 작은 편이며 특히 전교조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활동이 위축되거나 남교사에게 의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활동력의 차이는 남녀간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처한 처지와 활동에 대한 의지의 차이로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교조 조합원의 다수가 여성 조합원인데도 여성 조합원들의 활동력이 남성 조합원에 비해 저조한 원인은 무엇인가?

조직 내에서 여성이라고 해서 임원으로 진출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 때문인가? 여성할당제가 실시되지 않아서인가?

아니다. 잘못 짚었다. 한마디로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아이들하고 씨름하랴 분회일 하랴 거기다 임원이나 대의원을 맡는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육아나 가사 부담이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며 남편에게 전교조 조합원인 사실마저 숨겨야 하는 경우도 있고 시부모까지 모시고 사는 여성 조합원이라면 어떻게 쉽사리 임원 일을 맡겠다고 나설 수 있겠는가?

정리하면 여교사들의 활동력이 저조하고 임원 비율이 적은 진짜 이유는 육아나 가사의 부담이 전적으로 여성들에게 지워져 있는 사회적인 조건 때문이며 이러한 조건의 개선 없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여성 조합원들의 활동력이 높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성할당제를 실시해 일을 맡기면 여성 조합원들이 일을 해내게 되고 활동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는 마치 교육 재정의 투자 없이 학교간, 교사간 경쟁을 부추겨 교육 문제를 해결한다는 정부의 논리와 닮아 있다. 여성위원회는 사회적 조건을 변화시켜내는 노력을 좀더 기울여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관점이 될 것이다.

"여성할당제"의 강제 실시가 전교조 사업과 활동에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은?

첫째,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 대의원과 중앙위원까지 50퍼센트를 할당하여 선출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피선거권을 제약하게 되고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 된다.

민주주의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전교조 조직에서 여성할당제를 실시해야 할 필요가 없음은 전교조 조직의 성격과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충분하다고 판단되어 굳이 재론하지 않겠다.

둘째, 여성위에서는 대의원을 50퍼센트 할당해서 선출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중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를 제안하고 있다. 현재 전교조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 체계의 확립과 하부 단위 의견 수렴의 문제는 조직의 중요한 사업이고 과제이다. 이런 현실에서 중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를 채택한다는 것은 대의 체계의 문제를 오히려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여성위원회에서는 대의 체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여성할당제는 꼭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가 "전교조는 여성 조합원이 많은데 여성이 대의원이 되어야 여성의 일반적인 이해와 요구를 정확하게 수렴할 수 있다"고 한다.

대의원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남자, 여자를 떠나 하부 조합원의 의견을 얼마나 잘 수렴해서 반영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요구를 정확하게 수렴할 수 있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기계적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단적인 예로 본인은 여자인데도 "여성할당제" 실시를 반대하고 있으며 남자 조합원이지만 "여성할당제"를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분이 있다는 것은 이를 반증해준다)

또한 대의 체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에서도 여성 조합원의 요구만 정확하게 반영하는 "여성할당제"의 실시보다는 모든 조합원의 의견이 정확하게 수렴되고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되어야 옳을 것이다. 더군다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여성할당제는 대의 체계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대의 체계의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이 "여성할당제" 실시에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 여성위원회의 활동가들과 민주노동당 등 타단체들이 바르게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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