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민영화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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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2월 11일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발행한 리플릿입니다.
12월 9일 주요 일간지에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은 국민과 기업 모두를 위한 윈-윈 정책입니다”라는 제목 아래 한국가스공사 명의 광고가 실렸다.
가스공사 사장 장석효는 지난 9월 25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굳이 공사와 민간기업이 해외 천연가스 시장에서 구매 경쟁을 통해 가격을 올릴 필요가 없다”고 하더니, 이번 광고에서는 도시가스법 개정안을 적극 옹호했다. “민간기업의 시장 참여로 … 천연가스 수입가격이 인하[되고] … 저렴한 천연가스를 여러 기업이 경쟁적으로 수입하면 결국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
또, 이 광고는 도시가스법 개정안이 재벌특혜 정책이 아니며,가스공사를 민영화하는 것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15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펴낸 〈천연가스 직도입 확대가 가스 및 전력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신규 천연가스 직도입 발전회사가 대폭 증가하면 도시가스 가격은 상대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천연가스 가격이 낮은 시점에서 직수입이 확대될 경우 비록 발전용 연료가격을 낮추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그 혜택은 전기요금 인하로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분석이다. 결국, 발전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에너지 재벌들만 이득을 보는 것이다.
이는 가스공사노동조합과 진보진영이 그동안 해 온 가스 민영화 비판을 인정한 것이다.
우리 나라와 비슷하게 천연가스를 전량 LNG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을 보더라도,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기업에게 천연가스 수입을 맡긴 일본의 천연가스 수입 비용은 한국과 같은 수준이지만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은 갑절 이상이다.
또한 우리 나라는 가정용과 산업용 도시가스의 요금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일본을 비롯해 가스산업이 민영화된 나라는 가정용 요금이 산업용 요금의 갑절 이상 된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가스산업이 민영화되면 가정용 가스 요금이 갑절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가스 민영화에 반대하는 가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공공성을 지키는 의로운 투쟁이다.
철도 파업 연대
공사 사장 장석효가 그동안 밝혀 온 입장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국회 법안심사가 눈앞인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가스 민영화 정책을 지지하는 광고를 낸 것은, 이번 국회에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가스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이 점을 보여 준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의 폭로에 따르면, 최근 당·정·청 회의에서 “가스 민영화 법안은 대선 공약이다.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자”는 얘기가 됐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의 거수기다. 최근 새누리당 의원이 전원 동원돼 민주당양승조·장하나 의원 제명 요구안을 내놓은 것을 봐도 이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또, 박근혜 정부는 지금 철도 민영화인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밀어붙이고 있고, 이에 맞선 철도노동자 파업을 불법이라고 비난하고, 철도 노동자 6천 명을 ‘직위해체’하며 탄압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12월 2일 가스노조의 경고 파업을 ‘불법’이라고 비난하고 중징계하려 하는데, 이런 탄압은 단지 단지 가스 노동자들에 대한 것만은 아닌 것이다.
요컨대, 박근혜 정부는 온 힘을 다해 가스·철도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이에 맞서는 노동자들을 징계해 저항을 약화시키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세운 것이다. 물론 이는 앞으로 벌어질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도 염두에 둔 것일 테다.
민주당은 도시가스법 개정안 원안 통과 반대 입장을 밝히고는 있지만, 그동안 민주당 산업위 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확실히 막을 것이라는 보장은 피해 온 것을 보면 전적으로 믿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가스 노동자들도 애초 계획대로 투쟁 수위를 높이고 파업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이때 가스 노동자들도 파업을 벌인다면 박근혜 정부를 더욱 곤란한 처지로 내몰 수 있고, 승리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와 가스공사 사측은 ‘불법파업’이라며 공격하고 징계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 교사들이 악법을 따르라는 정부의 강요를 거부한 결과, 고립은커녕 오히려 광범한 연대를 얻은 것처럼 가스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도 이런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가스 노동자들이 잠재력을 실제로 사용할 때 강경 우익 정부를 물러서게 할 수 있다.
파업 참가자 징계 시도 중단하라
12월 2일 가스 노동자들이 민영화 저지와 실질임금 인상을 위해 경고 파업에 나서자, 사측은 이달 중에 이종훈 지부장 해임 등을 포함해 지부간부들에 대한 징계를 확정하겠다고 곧바로 결정했다. 또 사측은 업무방해 혐의로 지부 간부들을 고소·고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투쟁이 정치파업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것이다.
12월 2일에 열린 경고 파업 기자회견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가스노조 쟁대위 위원들은 해고하고, 경고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도 중징계하라”고 지시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징계로 가스 민영화 법안이 상정되면 파업을 벌이겠다고 한 가스 노동자들의 기를 꺾으려 한 것이다. 그리고 가스 노동자들의 기를 꺾어, 철도 노동자들의 민영화 반대 투쟁이나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의 예봉을 꺾으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영화를 저지하고 실질임금을 인상하려는 가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완전히 정당하다.
박근혜 정부는 “철도, 가스, 전기, 상수도, 의료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것은 민영화하지 않겠다”던 대선 때 약속을 내팽개치고, 이름만 바꿔 민영화를 사실상 추진하고 있다.
'경쟁 도입'
도시가스의 경우에도, ‘경쟁 도입’ 운운하며 재벌들이 천연가스 직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법안을 상정해 가스 민영화의 길을 닦고 있다.
가스 민영화로 인한 가스 요금 인상의 피해는 고스란히 보통 사람들에게 돌아오고, 그 이익은 에너지 재벌들이 독자치할 것이다.
또,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를 빌미로 공공기관의 단협을 개악하고, 실질임금을 동결하려고 하는데, 이에 맞서는 것도 완전히 정당하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을 공격하는 것은 이를 명분으로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까지 공격해, 결국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게 전가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따라서 가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임금을 삭감하려는 정부에 맞서는 것일 뿐 아니라, 가스 공공성을 지켜 평범한 사람들 모두의 삶을 지키는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