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군 발포로 파업 노동자 5명 사망:
이 살인에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책임이 있다
〈노동자 연대〉 구독
의류봉제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은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어린 여공들을 쥐어짜던 그 자본들이 동남아시아로 나가 벌이고 있는 행태들은 갈수록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의류봉제산업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한국자본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권위적인 규율을 강요하는 한국 의류공장의 문제는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거대 의류 브랜드들에게 납품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 공장들은 우리가 한국에서 보고 있는 노동탄압을 수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캄보디아 의류노동자들이 월 9만 원이 되지 않는 최저임금으로는 도저히 살수 없다며 최저임금을 월 15만 원 이상으로 인상해줄 것을 2013년 내내 요구해왔다. 노동자들의 요구가 정당함은 캄보디아 정부가 주도한 노동자문위원회의 실태조사반도 월 15만 원 이상으로 임금인상을 권고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의류산업 업체를 의식한 캄보디아 정부가 월 11만원 수준으로만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 캄보디아 노동조합은 12월 23일부터 총파업을 감행하였다. 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자 한국, 일본, 중국 업체들은 자국 대사관을 통해 캄보디아 정부에 사태 해결(강경진압)을 촉구하였다.
특히 한국 대사관은 12월 30일에 캄보디아 당국에 서한을 보내 한국업체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후 1월 2일에 노동자들이 한국 의류업체 약진통상 앞을 행진할 때에, 캄보디아 정예 특수부대인 911공수여단이 노동자들을 습격하였다. 무차별 구타와 폭행이 벌여졌고 이 과정에서 5명의 승려를 포함한 10명이 연행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약진통상 측에서 개인적으로 공수부대에 연락하여 시위진압을 요청하였다고 하며, 한국 퇴역군인들이 이 공수부대의 교관으로 오랫동안 재직한 인연으로 한국 업체의 요청에 즉각 대응했다는 증언도 있다.
무차별 폭력 진압이 있은 후에, 다음날인 1월 3일, 캄보디아 헌병대 및 경찰은 노동자들에게 실탄을 발사하였고 이 총격으로 5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하였다. 그리고 이틀에 걸친 진압으로 체포된 23명의 노동자와 승려, 활동가들은 지금까지 어디에 구금되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사관
게다가, 한국 대사관이 1월 5일에 대사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대사관이 군부대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으며, 군대가 한국기업에 대해서만 직접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고”, “대사관의 군대 투입요청이 캄보디아 정부가 사태를 신속히 해결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랑했다.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강경진압에 대해 유감표명은커녕 자신들의 조치를 자랑한 대사관의 이 글은 시민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자 1월 8일에 삭제되었다.
그리고 1월 8일에 외교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한국정부와 업체는 군대 투입을 통한 강경진압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발뺌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미,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업체들의 주도로 캄보디아 의류 자본들이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었다며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는 발표와 더불어, 캄보디아 군대의 발포가 정당했다는 성명까지 발표하면서 이번 유혈진압의 배후에 한국정부와 기업이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또한 1월 10일, 방글라데시 최대의 의류회사인 영원무역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임금삭감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출동한 경찰이 발사한 실탄에 20살의 여성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영원무역 역시, 방글라데시에서 노동자 탄압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것도 모자라 사실상 죽여 놓고도 뻔뻔한 한국 의류자본들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은 계속해서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운동의 연대와 투쟁이 국경을 넘어 이뤄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