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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사무직 희망퇴직은 구조조정의 시발점”

한국지엠 경영진이 2월 7일 사무직 노동자들에 대한 ‘희망퇴직’ 계획을 발표했다. 군산공장 물량 감축과 쉐보레 유럽 수출 중단 발표 이후 고조되던 구조조정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한국지엠 사무지회는 즉각 “희망퇴직은 구조조정의 시발점”이라며 “노동자들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절망’ 퇴직을 거부하고 고용안정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등에 맞선 실질적 투쟁이 조직돼야 한다. ⓒ사진 출처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은 2012년에도 두 차례나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2백50여 명이 직장을 떠났다. 사무지회 이재수 교선실장은 “안 그래도 신차 투입 계획과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사무직 노동자들의 위기감도 커져 왔다”고 말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1년 대우차 부도 때 사무직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를 당했어요. 몇 년 동안 3천여 명 정도가 회사를 떠나야 했죠. 당시에 우리는 무방비로 당했어요. 이런 위기감 때문에 사무지회가 만들어졌고 2012년에 생산직과 노조가 통합되면서 조합원들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사측의 이번 공격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희망퇴직’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이 구조조정의 첫 시작이란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제 그 다음 수순은 뻔한 것 아닌가” 하고 말했다. 지부 집행부에 “구체적 액션 플랜”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실질임금 삭감

실제로 위기는 사무직을 넘어 전 공장에 퍼져 있다.

이미 군산공장에선 조업 단축이 계속됐고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실질임금이 대폭 줄어드는 고통을 겪어 왔다. 마침내 사측은 지난달 현행 2교대제를 1교대제로 전환하고 1천1백 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최근 이 계획이 재논의되고 있지만, 올해 생산계획이 절반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2교대제 유지를 위해 어떤 공격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군산공장은 물량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라 2교대제를 유지해도 문제입니다. 특히 적잖은 비정규직이 해고될 수 있습니다. 최근 부평공장에서도 한 업체가 ‘희망퇴직’ 형식으로 6명을 해고했는데, 군산공장뿐 아니라 부평에서도 비정규직이 공격을 당할 수 있습니다.”

구조조정의 여파는 부평공장 생산직 정규직을 향해서도 번져 가고 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현장에선 이미 1·2공장 통합설, 2공장 인력감축설 등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얼마 전 현장에 복귀한 김성열 전 금속노조 감사위원은 부평공장의 현실에 대해 말했다. “중대형 차들을 생산하는 부평 2공장은 당장 일이 없어요. 생산 물량이 없으니까 지난해 말부터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놀아요. 휴업수당으로 임금의 70퍼센트만 받는 거죠.

“근데 더 큰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2015년엔 지금 생산하고 있는 모든 차종이 종료돼요. 구형차들이 돼 버리는 거죠. 이미 신차 계획이 있어야 하고 연구소에서 프로그램 개발이 활발히 돼야 하는데, 하나도 없어요. 2015년에는 생산할 차가 없다는 거예요. 심각하죠.”

그는 글로벌 경쟁을 유도하며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지엠 본사를 비판했다. “지엠은 국제적인 경쟁을 유발해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압박하고 있어요. 여러 공장들끼리 단가 경쟁을 시키는 거죠. 미국의 한 공장에선 신규 입사자에게 임금을 50퍼센트 삭감했어요. 유럽에서도 그렇고, 호주에선 공장까지 폐쇄해 버렸죠. 한국에서도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2001년 대우차 부도로 대규모 정리해고의 고통을 경험한 한국지엠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야금야금 지속된 노동조건 후퇴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용불안 속에 불만도 커져 왔다.

이 속에서 노동자들은 2012~13년 임단협에서 다시금 파업에 나서며 잠재력을 보여 준 바 있다. 비록 이 투쟁에서 노조 지도부의 잘못된 합의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안고 투쟁을 매듭지었지만, 사무직 노동자들이 연봉제에서 연공급제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등 일부 성과도 만들어 냈다.

무엇보다 지금 본격적으로 시작된 구조조정에 맞서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지키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한국지엠의 구조조정은 금속노조의 2월 25일 파업에서도 주요 의제로 올라 있다. 그만큼 이번 파업은 한국지엠 노동자들에게도 투쟁을 시작할 좋은 기회일 것이다. 노조 집행부 간부 수준으로 집회 참가가 제한되지 않았으면 한다.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 실질임금 삭감과 노동조건 후퇴 압력,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 압박, 군산공장에서 가시화될 구조조정 등에 맞서 실질적인 투쟁이 조직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