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형 전교조 유치원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유치원 교사들이 ‘아닌 건 아니’라며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노동자 연대〉 구독
최근 유치원 교사들이 교육부에 5시간 수업 강제 지침을 철회하고 행정 전담 인력 등을 확충할 것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2월 20일 단식 농성에 돌입한 김은형 유치원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5시간 수업 강제 지침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원래 현장에서는 3~5시간의 교육과정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교육부가 연령에 관계없이 만 3~5세 유아들에게 모두 5시간 수업을 강제하고 있어요. 어린 유아들에게 5시간 수업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예요.
또, 이전에는 3~5시간 수업을 해도 정부한테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3세 아이가 3시간만 수업하고 12시에 집에 가거나, 엄마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 정부한테서 학비 지원을 받을 수가 없어요. 아이가 5시간 수업을 받지 않으면 교육과정을 다 받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이죠.
이것은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에요. 정부는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하지만, 아주 적은 돈만 내고 복지를 한다고 생색내는 거죠.
얼마 전에 교육부가 5시간 수업 신청을 안 하면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을 교사들과 원장들에게 내부 메일로 보내 논란이 됐죠. 그런데 교육과정을 누가 구성해야 하죠? 수업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가 해야 하는데도, 지역에 따라 어떤 실정인지, 어떤 요구가 있는지, 유아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거죠.
유치원 교사들의 노동조건을 말해 주세요.
전국에서 행정 전담 인력이 있는 유치원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하는 행정 업무가 굉장히 많아요 - 유아 학비, 유치원 시스템, 정보공시, 학교운영위 운영, 강사 채용, 임금 지급, 시설 관리, 차량 관리 등등.
그런데 저희들은 임용고사 보고 들어온 교사들이에요. 슬픈 일은 그 고학력 교사들이,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충실해야 할 교사들이 ‘방과후 교사 인건비 지급’ 같은 일들을 하고 있는 거예요.
유치원 교사는 수업을 하는 것이 본분이잖아요. 아이들 수업을 마치면 오후에는 행정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 준비를 할 수가 없죠. 그러다 보니 교사들의 퇴근 시간이 저녁 9시, 10시일 때가 비일비재합니다.
전국에 공립 병설 유치원이 4천7백 곳인데, 유치원마다 전담 인력이 한 분만 있어도 돼요. 인력이 충원돼야 하는데, 정부가 그럴 의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참 답답합니다.
교사 한 명당 학생 수는 만 3세는 16명, 4세는 22명, 5세는 25명 정도에요. 그보다 더 엄청난 어려움은 3~5세 혼합반이에요. 25명을 혼합반으로 편성해 놓으면 끔찍하죠. 3세 아이는 오줌을 하루에 9번 싸요. 그러면 유치원 교사는 그 아이 하나 돌보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나머지 아이들은 교사의 눈조차 못 봐요.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봐야죠. 그런데 거의 80퍼센트가 혼합반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유치원 교사들의 투쟁이 돌봄 시설이 필요한 다른 노동자·학부모들의 필요를 외면하는 게 아니냐고 말합니다.
그 질문은 유치원 교사들이 ‘3시간만 수업하려는 것 아니냐’ 하는 질문과 같은 거예요. 학계나 교사들은 1백80분 수업이 유아 발달 단계나 아이들 집중력에 맞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180분 수업이 40년 동안 유지됐어요.
그런데 우리의 요구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좀 있는 것 같아요. 표면적으로만 보면 3시간만 수업하자는 거 아니냐 싶겠지만,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지, 수업 시간만 늘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거죠.
그리고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돌봄 전담 교사가 배치돼 돌봄 교실에서 그 아이들을 돌봐 줘야죠.
그동안 어떻게 싸워 왔는지, 그리고 이후 투쟁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세종시 교육청사 앞에서 [1월 22일과 28일에] 두 차례 전국 집회를 했어요. 경남, 경기에서 지역 집회를 계획하고 있고요. 지역 집회에는 3백~4백 명 정도가 모입니다. 서울은 19일에 집회를 했는데, 그게 두 번째 집회였어요.
서명을 받아 교육부, 시도교육청, 육아정책개발원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들 많이 말해요. 종일제가 들어올 때도, 정보공시나 학교운영위가 들어올 때도, 마음속으로는 ‘행정실 일인데’ 하면서도 그 일을 다 했죠.
우리 투쟁 때문에 경기·강원·전북·전남·광주·충남은 종전대로 3~5시간 수업을 유지한다고 했어요.
이 과정에서 [전교조] 조합원 가입이 늘고 있어요. 이 투쟁 전에 조합원이 9백여 명이었는데 지금은 1천5백 명 정도가 될 것 같아요. 6백여 명이 늘었어요.[전체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은 8천 명가량이다.] 경남에서는 집회장에서 바로 [전교조] CMS 동의서를 돌리더라구요.
2월 25일에 전국 교사들이 모이는 ‘유아교육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가 있고, 그때까지 [정부 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농성을 계속해요. 서명도 계속할 겁니다.
인터뷰·정리 박태현(전교조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