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수 열사 10주기 추모집회:
현대중공업에서 원·하청 연대가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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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 몸 불태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이, 착취당하는 구조가 개선되길 바란다.” 이런 유서를 남기고 2004년 2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박일수 열사가 분신했다.
박일수 열사는 현대중공업 사측의 악랄한 노무관리에 맞서 체불임금 지급과 근로조건 개선 문제로 투쟁을 벌이다 해고됐고, 이에 맞서 투쟁하다 분신했다.
해마다 박일수 열사 추모집회가 열렸지만, 올해 10주기 집회는 더 뜻깊다.
어깨 걸고
12년 만에 민주파가 당선한 현대중공업 정규직노조 집행부가 박일수 열사 추모집회를 지원하고 함께 준비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의 투쟁에 정규직 노조가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현대중공업 정규직노조는 박일수 열사 추모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고, 공장 안 박일수 열사가 분신한 곳에서 집회를 했다. 저녁 추모집회에도 예년과 달리 정규직 활동가 30여 명이 참가했다.
현대중공업 하창민 사내하청지회장은 연설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이미 원·하청 공동투쟁은 시작됐습니다. 열사 추모 기획회의부터 현중노조 동지들과 함께했습니다. 현대중공업 내 식당 게시판에 열사 추모 포스터가 나붙었습니다. 9년 만에 현장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우리 조합원도 참가하고 현중노조 조합원들도 참가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원·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어깨 걸고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이 죽음의 공장을 사람 사는 공장으로, 인간답게 사는 공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10주기 추모집회를 맞이해 원·하청 공동투쟁을 결의하고 거대한 투쟁을 만들기 위한 각오를 다집시다.”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 위원장도 연설에 나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박일수 열사가 자기 몸을 불살라 돌아가신 지 10년 만에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추모 자리에 나와 발언할 수 있다는 것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저희는 박일수 열사가 산화한 그 장소에서 노동조합 공식 집회를 열었습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대중공업에는 정규직보다 훨씬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땀 흘려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처우 개선을 위해 사내하청지회와 함께 머리를 맞댈 생각입니다. 법으로 보장된 단결권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내협력 노동자들의 조직 확대를 포함해, 모든 것들을 사내하청지회와 함께 해결하겠습니다.”
하창민 지회장은 이날 집회를 평가하며 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집회로 원·하청연대의 첫 발을 디뎠다고 생각합니다. 집회 한 달 전부터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참가를 조직했습니다. 사측의 탄압 때문에 집회 참가는 엄청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많은 조합원들이 참가해 깜짝 놀랐습니다. 현중노조의 노력도 일부 작용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현중노조와 간담회를 할 계획입니다. 하청노조 인정과 노조 조직화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입니다.”
방패막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12년 만에 민주파가 당선했다. 조선업의 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사측에 아무런 방패막 구실을 못하는 친사측 세력이 패배했다.
조선부문 기능직 노동자의 69퍼센트가 비정규직인(2012년 기준) 현대중공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노동조건을 방어하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정말 중요한 일이다. 쌍용차나 한진중공업 사례처럼 사측은 위기가 심화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그 칼날은 곧바로 정규직 노동자를 향할 것이다. 최근 한국GM 사측도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를 구조조정의 지렛대로 사용하려 한다.
정규직 민주파 집행부 당선에 현대중공업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정규직·비정규직 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