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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임원 선거를 치르면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임원 선거를 치르면서

김인식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후보)

아직 투표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글을 쓰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분석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몇 가지 특징을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파병 반대 투쟁과 노동자 파업 물결이라는 정치적 배경 속에서 치러졌다. 이것은 선거에 커다란 좌파적 압력을 창출했다.
이런 정치적 배경은 후보들 간의 이견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못한 이유였던 한편, 후보들이(특히 위원장 후보들이) 선거 한복판에서 공동의 협력적 실천을 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위원장 후보들은 대부분 민주노동당이 의회가 아니라 거리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전 운동과 노동자 파업을 지지했다. 파병을 강행하는 노무현은 퇴진 대상이 될 것임을 분명히했다.
그리고 당이 추구해야 하는 모델에 대해서도 “사회운동적 정당”(정종권 후보), “노동자 중심의 당 혁신”(김윤환 후보), “대중 투쟁 속의 민주노동당”(김인식 후보)을 주장했다.

급진주의

그러나,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차이도 있었고 발전 초기에 놓여 있는 맹아적 수준의 차이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해삼 후보가 급진주의를 강하게 비판한 것은 우려스러웠다. 그는 급진주의를 “말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관념주의라고 공격했다.
근거없는 비난이었다. 한 가지 사실만 지적하면, 이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위원장 후보들은 모두 궤도연대 파업 농성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파업 전야를 보냈다.
이 후보의 급진주의 비난은 실용주의적이다. 그는 대중 정서의 낙후한 요소들을 추수한다. “목사님도 가입하고 50대 동네 미장원 아주머니도 가입하는 정당에서 사회주의니 뭐니를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에서 부유세,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2백80만 명이 그 주장에 호응했다. 시장 지향적 사회에서 이 요구들은 그 자체로 급진적인 요구다. 당의 목소리를 나지막히 낮춘다고 이런 요구들이 이뤄질까?
한편, 당내 좌파적 목소리를 내려 한 나머지 두 후보들에게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무엇보다 일관성 부족이었다.
정종권과 김윤환 후보는 이라크 점령과 파병을 분명하게 반대했고, 노동자 파업을 옹호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단순히 전국의 여러 도시와 지역 중 하나일 뿐이 아니라면, 시당 지도자들은 반전 운동 지지를 넘어 그 운동을 건설하는 데 매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중앙당의 파병 반대 운동을 서울시당과 지구당 수준에서 구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캠페인(운동)을 건설하는 지구당이 필요했다.
아쉽게도, 두 후보의 비전에는 이런 연결 고리가 분명하지 않았다. 시당과 지구당의 활동에는 중앙당의 투쟁과 다른 고유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듯했다.(이해삼 후보는 더 나아가 아예 지역 의제를 중앙 권력과의 투쟁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를 지니는 것처럼 강조했다.)
우리가 중앙 권력과의 투쟁에 혼신의 힘을 다해 집중해도 부족할 판에 이런 주장은 실천에서 힘의 분산을 낳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 파업도 후보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긴장을 빚어 냈다. 서울대병원 파업은 현 시기 노동자 운동이 하나의 갈림길에 서 있음을 보여 줬다 ― 노동조합이 상층 지도자들의 보수화에 좌우될 것인가 아니면 현장 노동자 민주주의에 좌우될 것인가?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그리고 그 투쟁 덕분에 건설된 민주노동당도 그 선택의 기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김인식·김어진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구체적으로 충돌을 빚는 이 문제에 대해 모호하거나 의식적으로 회피했다.
김윤환 후보는 기본적으로 서울대병원 파업을 지지했지만, 산별노조 위계가 깨져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붙였다. 그러나 산별노조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가 진정한 쟁점이었다. 정종권 후보는 끝내 선택을 회피했다. 이해삼 후보는 민주노동당 서울대병원 현장분회가 주최하는 후보 간담회에 오지 않았다.

일치 속의 다양성, 다양성 속의 일치

민주노동당은 진보진영 재결집체(흔히 ‘정파 연합’이라고 부르는)이다. 그러므로 공통점과 함께 차이점이 있게 마련이다. 이것은 우리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면서 서로 배우고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만이 당원들이 우려하는 분파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아쉽게도, 일부 후보들은 자신이 ‘무정파’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견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했다. 이해삼 후보는 심지어 ‘반종파’를 내걸기도 했다. 종파는 운동에 연루되기를 기피하는 엘리트주의 집단을 뜻한다. 그러므로 상대 후보들에게 이런 딱지를 붙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런 방식은 후보들 간의 차이를 진지하게 다루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당원들에게 분파주의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어 선거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었다.
처음에 내가 언급했듯이, 이번 선거는 운동의 압력 때문에 왼쪽으로 이동해 치러졌다. 그 덕분에 공통점에 기초해 공동의 실천도 해 볼 수 있었다. 우리 후보들은 때로 말은 같아도 개념이 다른 경우가 있었는데 공동의 경험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 얼마간 기여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협력을 해치지 않고도 당의 발전 전망을 둘러싼 견해 차이에 대해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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