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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손배가압류 없는 세상, 손에 손잡고) 출범:
노동계와의 단절을 극복하려면 더 심화된 연대가 필요하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가 최초로 제안한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 손에 손잡고’(이하 손잡고)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철도 파업이 한창일 때 처음 제안돼, 한홍구 교수를 비롯해 하종강 교수,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 등이 공동 발의했다.

당장에 파업에 대한 보복으로 철도공사가 철도노조에 1백52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과 1백16억 원의 가압류를 청구하는 등 손배가압류는 노동자 투쟁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잡고’가 대신 돈을 갚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감을 확대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감할 만하다. ‘손잡고’는 모금활동과 증언대회, 법제도 개선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한홍구 교수는 “지식인과 시민이 손을 잡고 단절된 노동계와의 고리를 복원해 함께 싸워 나가자는 취지”(〈한겨레〉)라고 ‘손잡고’ 제안 배경을 밝혔다. 또, YTN과의 인터뷰에서 “시민사회가 노동문제에 대해서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다며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노동과 시민이 만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노동자 투쟁이 소생하기 시작하자 진보적 지식인들이 그 흐름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불균등하게 자신감을 회복하는 때, 노동자 투쟁에 대한 지지가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진주의료원 폐원 반대 투쟁, 전교조 규약 시정 명령 거부 투쟁 그리고 철도 파업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노동자 투쟁은 박근혜 정부에 맞선 투쟁에서 강력한 초점을 형성해 왔다. 특히나 철도 파업은 단일 부문의 파업임에도 커다란 파급력을 끼쳤다.

노동자 투쟁이 사회적 연대의 구심이 되고, 강성 우파 정부에 맞서 싸워 정부를 위기로 몰아 넣을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행동하는 지성

그래서 한홍구 교수는 노동자 투쟁의 힘을 적극 인정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노동자가 며칠 손을 놓자 수십억 원 손배를 청구하는 행태를 보며 “노동이 위대하고 값진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파업이란 노동자들이 요구 사항을 내놓고 회사 측에 손해를 끼치니까 힘이 있는 것”(〈경향신문〉)이라고도 했다.

한홍구 교수의 말처럼, 노동자들의 파업은 힘을 갖고 있다. 생산을 마비시켜 자본주의 체제의 이윤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경총이 2월 25일 민주노총 파업을 앞두고 “불법파업” 운운하며 엄정대처 엄포를 놓는 것도 노동자 투쟁의 폭발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지식인들은 이런 노동자 투쟁의 자신감을 드높이고 투쟁의 사상적 무기를 제공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

작고한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1995년 프랑스 공공부문 총파업을 지지하며 행동하는 지성으로 이름을 높였다. 그는 연금 개악에 맞서 총파업이 벌어지자 이를 지지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연설을 하며 투쟁을 한껏 고무했다. 또, ‘행동하는 이유’라는 단체를 만들어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반박하는 작은 책들을 출간했다. 이 책들은 널리 읽혀 지배자들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반박하는 훌륭한 구실을 했다.

그런 점에서 최초 제안자인 한홍구 교수가 밝힌 출범 취지에 비춰 볼 때, ‘손잡고’가 손배가압류 쟁점만으로 활동의 폭을 제한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한겨레〉가 올해 춘투가 격화할 것으로 예측할 정도로 올해 노동자 투쟁이 더한층 강력히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한 공격 태세를 봐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손잡고’에 뜻을 모은 지식인들이 앞으로 벌어질 노동자 투쟁이 전진할 수 있도록 더 넓은 시야 속에서 더 심화된 연대 건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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