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의 아쉬운 2월 25일 투쟁 방침과 활동가들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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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2월 25일 확대 간부파업을 결정했다. 금속노조가 민주노총의 핵심 조직이라는 점에서 이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아쉬운 결정이다.
아마도 2월 17~19일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 결과, 재적 대비 찬성률(44.1퍼센트)이 과반을 넘지 못한 것이 이런 결정의 한 근거가 됐을 것이다.
노조법은 쟁의행위를 재적 대비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고(제41조 제1항), 이는 강행규정이어서, 노조가 규약을 이와 달리 정한다 해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조 규약도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재적 대비 과반이 찬성해야만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법조항은 비현실적인 규정으로, 명백히 쟁의행위를 제약하는 조항이다. 일정 투표율을 충족한다면 당연히 투표자의 의사를 존중해 쟁의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찬반투표의 투표자 대비 찬성률은 절반이 넘는 59퍼센트였다(〈현자지부소식〉).
또한 지난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사회 전반에 개인주의가 강화된 점을 고려한다면,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파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부정확하다. 사회운동 내부에도 연성 자율 사상이 널리 퍼져 있는 실정이다. 노조 규약도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투표자의 60퍼센트 가까이가 파업을 찬성했다면 금속노조는 과감하게 파업을 선언하고 산하 조직의 동참을 명령하는 게 옳았을 것이다. 실제로 소수 지도자들은 그런 의견이었던 듯하다.
물론 여기서 합법성이라는 근본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파업은 절차상 정당성이 인정돼야 합법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주는 절차뿐 아니라 목적·방법·주체 모두에서 파업을 제약해 노동자들의 힘과 파업의 효과를 최소화하려 한다. 실제로 2월 25일 민주노총 파업에 대해서도 정부는 “목적상 정당성이 없는 불법 파업으로 엄정 대처하겠다”고 하고 있다. 정치 파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합법적 요건 갖추기를 중시한다면 노동자들의 처지를 제대로 방어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 철도파업을 불법 정치파업으로 규정해 탄압했지만, 철도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싸우자 다른 노동자들을 포함한 광범한 대중은 열화와 같은 지지를 보냈다.
노동자들의 힘과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합법주의에 갇혀서는 안 된다. 사용자 등 지배자들의 의도는 오로지 노동자들이 그 법을 인정하고 스스로 족쇄를 채울 때만 관철될 수 있다.
조합원들은 냉담하지 않다
높지 않은 찬성률은 또한 파업이 너무 뒤늦게 조직된 문제점을 보여 주는 것이지, 조합원들의 냉담을 뜻하지는 않는다.
현장을 순회하고 나서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철도 파업에 이어 민주노총 침탈로까지 이어졌던 지난 연말만 해도 분노가 들끓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직접적인 문제와 연결해 2.25총파업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노동과 세계〉)
이런 때일수록 금속 투사들이 불씨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2월 25일 파업을 조합원들 자신의 요구와 잘 연결시킨다면, 통상임금 등 올해 투쟁의 출정식으로서 중요한 의미와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이자 양 날개라고 할 수 있는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의 파업 찬성률이 높지 않게 나왔다는 점은 무엇보다 큰 아쉬움이다. 기아차지부는 투표자 대비 찬성률이 50.9퍼센트로 절반을 겨우 넘었고(재적 대비 찬성률은 32.7퍼센트), 현대차지부는 투표자 대비 찬성률(44퍼센트)과 재적 대비 찬성률(35.6퍼센트) 모두 절반을 넘지 못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주된 이유로 지부 지도자들의 열의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아차지부 지도부는 2월 25일 파업을 설득하는 데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기아차지부는 지난 석달 동안 계속 대의원대회 중이었다.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은 완전히 노골적으로 2월 25일 파업을 반대했다. 그는 찬반투표를 닷새 앞두고 발행된 〈현자지부신문〉의 노설에서 “이상적 정의감”에 내몰리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겠다며, “동의되지 않은 투쟁”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부 지도자가 적극 나서 파업 가결 호소를 하기는커녕 2월 25일 파업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러나 이경훈 집행부가 “정치[투쟁]에 발목 잡히지” 않고 ‘8+8 근무의 정착,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같은 숙제에 집중하겠다고 하는 소위 ‘현실론’은 전혀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정치는 농축된 경제
러시아혁명의 지도자 레닌은 “정치는 경제의 농축된 표현”이라고 했다. 정치적인 문제들의 근저에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에 존재하는 핵심 모순인 계급 착취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정치를 회피하고는 결코 경제적 현실도 직시할 수 없다.
실제로 통상임금 문제나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이와 관련된 임금체계 개악은 모두 현대차 공장 담벼락을 넘어서는 문제다. 통상임금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과 노동부 지침이 모두 현대차 노동자들을 정조준해 불리함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이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전 계급적 문제의 선두에 서게 됐고, 이를 회피하지 않을 때만 자신들의 이익도 제대로 지킬 수 있다.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은 통상임금과 관련된 정부와 기업주의 공세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게 전가하려는 지배자들의 공격의 일부라는 점을 이해하고, 공공부문 민영화와 연금 개악에 맞서는 투쟁에도 적극 연대해야 한다. 그래야 통상임금 정상화를 위한 투쟁을 할 때도 노동계급의 다른 부문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투사들은 기층에서 이런 점을 설득하면서 현장조합원들이 2월 25일 파업 집회에 적극 참가하도록 조직해야 한다. 또, 2월 25일 파업의 열망을 공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통상임금 정상화를 위한 투쟁과 연결해 조직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