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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
국가 통제주의 교육 강화 시도에 반대해야

교육부는 2월 13일 발표한 ‘2014년 업무계획’에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교과서 전환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와 관련,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 공론화를 통해 국정체제 전환을 포함하여 다각적인 교과서 체제 개선방안을 검토하[려 한]다.” 국정교과서 전환 여부는 7월에 확정될 예정이다.

전교조는 2월 22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렇게 결의했다. “국정교과서화나 교육부의 편수 기능 강화 등이 구체화되면, 기존의 역사교과서 네트워크를 국정교과서 저지 투쟁본부로 전환해 연가투쟁을 포함하는 강력한 투쟁[을 한다.]”

정부와 우익은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다른 한국사 교과서들이 모두 좌편향이므로 국가가 공인하는 ‘객관적인’ 역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2017년부터 한국사를 수능에서 필수화하며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한국사 교과서 혼란’으로 여론화해 수능에서 정답 논란이 없도록 국정제가 필요하다고 선전한다. 입시를 눈앞에 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마치 국정제가 ‘학습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인 양 호도하고 있다.

계급 분단 사회에서 가치 중립적 교육은 없다. 우리는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싶다. ⓒ이윤선

가치중립?

그러나 국정제가 학습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말은 거짓이다. 학생들은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학습에 시달린다. 실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걱정이라면 국정제로의 회귀가 아니라 고교서열체제와 대학서열체제를 해체하고 현행 입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객관적인’ 역사라는 말도 어처구니없다. 국사편찬위원회와 교육부의 후원 속에 검정과정을 통과한 뉴라이트 경향의 교학사 교과서에서 보듯이 가치중립적인 역사는 엄밀히 말해 존재하지 않는다.

국정제는 일제 군국주의와 유신체제의 산물이다. 일제 식민통치 하에서 초등학교 국사, 즉 일본사 교과서는 단일 국정 교과서였다. 그러던 것이 유신체제 때, 중학교 국사교과서도 국정제로 바뀌었다. 1972년 10월유신 이후 박정희 정권은 ‘주체성 있는 국민정신 교육’을 강조하면서 검정제로 발행되던 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단일화했다. 유신체제 이후 국정(1종 도서)으로 편찬해 왔던 국어, 도덕, 국사 과목은 권위주의적 국가의 이념을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심어 주는 국책 교과목으로 간주됐다.

역사학계를 비롯해 진보진영은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곧 국가의 획일주의적 역사 교육 통제라고 비판하며 국정제를 분명하게 반대했다. 1988년에 창립한 역사교사모임은 역사 교사들이 스스로 왜곡된 역사교육의 하수인 역할을 해 왔음을 자기 비판하며 창립됐다.

현 검정과정에서도 교육과정과 교과서 집필 기준, 검정 심의 기준이 있어 역사 해석의 폭이 제한되고 있다. 만일 국정교과서 체제가 되면 역사 교사들과 학생들의 사고는 더욱 통제될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으로 전환된다면 다음은 사회, 도덕 교과서에 대한 통제로 이어질 것이다. 국가 통제주의 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당장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