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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주 노동자를 합법화하라

모든 이주 노동자를 합법화하라


오는 8월 17일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다. 지난 7월 15일 법무부 장관 강금실과 노동부 장관 김대환은 ‘불법 체류 외국인 관련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하며 범정부 차원의 강력 대처를 다짐했다.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 수가 6월에 16만 명을 넘었고, 올해 4월 이후 매월 5천∼7천 명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 정부가 일부 이주 노동자들에게 부여한 합법 체류 기간이 곧 만료되기 때문이다.
담화문에서 이주 노동자들과 범죄 문제를 연결시킨 것은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적대심과 두려움을 부추기기 위한 대표적인 거짓말이다.
정부의 담화문 발표 직후 경찰청은 지난 1998년 2천3백 건이던 외국인 범죄가 5년 새 6천1백44건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나온 ‘불법외국인 노동자의 실태와 문제점’이라는 보고서는 이주 노동자들이 국내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관습이 달라 ‘범죄’가 일어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범죄 유형이 대부분 도로교통법, 교통사고특례법, 폭력행위처벌법 등 위반이라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를테면, 회사 동료 등과 시비가 붙었을 때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입건되거나, 자국에서 취득한 운전 면허가 통용되지 않아 무면허 운전을 하는 일 등이다. 게다가 언어가 잘 통하지 않고, 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받는 불이익을 감안하면 범죄 건수만 부각시키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이주 노동자들 때문에 내국인들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주장도 심각한 왜곡이다. 우선 정부는 이주 노동자들이 취업할 수 있는 분야를 농업, 건설 현장, 일부 제조업, 일부 서비스업 등으로 극히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이주 노동자들의 경우 자국에서 의사, 대학강사 등의 경력이 있거나 여러 외국어에 능통해도 한국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는 거의 없다.

왜곡

정부는 최근 거리 캠페인과 신문 방송 등을 통해 “불법 체류자로 의심되는 외국인을 관계 기관에 즉각 신고하라”고 선동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선동에 고무돼 얼마 전에는 한 우익단체가 정부 중앙 청사, 민주노동당, 명동성당 앞에서 이주 노동자 강제 추방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8월 시행 예정인 고용허가제는 사실상 이미 시행되고 있고, 이주 노동자들에게는 단속이 훨씬 강화된다는 점말고는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 합법적으로 등록한 이주 노동자들도 임금 체불과 임금 삭감,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연수제가 이주 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리는 제도였다면, 고용허가제는 좀더 세련되게 부리고 통제하는 것뿐이다. 고용허가제는 1년씩 3차례 고용 계약을 갱신할 수 있을 뿐이며, 직장 이전도 가로막고 있다. 만약 직장을 그만두고 2개월 동안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바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재계약 탈락과 해고의 불안 때문에 기업주에 맞서 싸우기가 어렵다면, 이주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해고가 추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훨씬 더 어렵다. 결국 노동 3권은 빛 좋은 개살구다.
독소 조항들로 가득 찬 고용허가제는 많은 이주 노동자들의 염원처럼 폐지돼야 하는 악법이다.
그리고 한국에 사는 이주 노동자들이 출입국관리법 규정에 따라 영주권을 획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법에 따르면 ‘미화 50만 불 이상의 투자자로 3년 이상을 체류하거나’ ‘영주 자격을 가지고 있는 자의 배우자로 5년 이상 체류하’거나 또는 ‘난민 인정을 받은 자로 5년 이상을 체류’해야만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장기 체류자들은 법무부 장관의 인정 하에 12년 이상을 합법적으로 체류해야만 자격을 얻는다.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정부의 이주 노동자 정책 전반은 단지 이주 노동자들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정부와 자본가들은 국내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 분열시키듯이, 이주 노동자를 속죄양 삼아 실업과 빈곤 등에 대한 국내 노동자들의 불만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놓으려 한다.
따라서 이주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내모는 이주 규제가 폐지돼야 한다. 이주 노동자를 규제하는 모든 제도들에 반대하고, 이주 노동자들을 방어하는 것을 통해 노동계급의 단결과 힘을 강화해야 한다.
이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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