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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돌입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는 대의원대회가 돼야 한다

  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3월 26일 철도노조 대의원대회에 맞춰 발행한 리플릿이다.

철도공사는 3월 24일 실무교섭에서 강제전출 시행 의지를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혔다. 27일로 예정된 인사위원회는 강제전출 명단을 확정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강제전출에 대한 현장의 위기감과 분노 속에서 3월 18일 전국기관사지부장 회의는 “3월 31일 강제전출 강행 시 필공 파업 돌입”을 독자적으로 결정했고, 서울지방본부 확대쟁대위도 파업을 결의했다. 이어 전국차량지부장 회의도 “강제전보를 시행할 경우 파업투쟁 돌입”을 결정했다. 2배수 명단이 이미 나와 시급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이 같은 결정은 매우 용기 있고 적절하다.

이는 현장 노동자들이 강제전출을 얼마나 중대한 사안으로 여기는가를 보여 준다. 이것은 또한 정부가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강제전출을 파업만이 막을 수 있다고 현장 조합원들이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에 철도노조도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총력투쟁 및 파업 선언’을 했다. 다만, ‘교섭 상황을 고려해 파업 시기와 방식을 중앙쟁대위원장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 결정은 3월 21일에 열린 중앙쟁대위가 내린 것이다. 이미 파업을 결정한 기관사와 차량 직종뿐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노동자들까지 파업에 동참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도부라면 의당 내려야 할 결정이다.

혹 철도공사가 강제전출 대상 규모를 줄인다거나 시행 시기를 일시 연기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흘려도 파업 돌입을 연기해서는 안 된다. 그런 말은 지금 재점화하려는 파업 열기를 식히려는 꼼수이지, 강제전출을 백지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기성 정치권 등이 나서 중재 시도를 한다 해도 파업 돌입을 유보한다면 강제전출 철회를 쟁취할 수 없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지난해 파업이 한창일 때조차도 정부나 공사는 중재는커녕 더 한층 강력한 탄압을 퍼부었다.

위임의 문제

그런데 파업의 시기와 방식을 위원장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기로 한 것은 자칫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이 결정은 사실상 파업 돌입 여부 및 파업 종료 결정 권한을 위원장에게 일임한 것이다.

지금 임박한 강제전출을 막기 위해서는 파업이라는 수단밖에 없음이 많은 노동자들에게 분명해진 상황에서, 파업 결의 지부들이 강제전출 시행이 유력시되는 3월 31일을 파업 돌입 시점으로 삼은 것을 중앙 지도부가 수용해 파업 일시를 확정했어야 했다. 그리고 최대한 다른 지부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자고 결정했어야 했다.

지금처럼 사측의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는, 교섭 상황을 봐 가며 위원장의 파업 돌입 명령을 기다리기보다 파업을 기정사실화하고 일시를 확정해 실제 파업 조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특히, 파업 돌입이 어려운 지부들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파업을 조직하기가 어렵다. 기관사와 차량 노동자들이 앞장서면 이를 따라 싸우겠다고 투지를 보이는 지부장들과 투사들도 적지 않으므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할지는 실제 싸워 보지 않고서는 예단할 수 없다. 나폴레옹 말대로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사실, 파업의 시기와 방식이라는 핵심 문제를 위원장에게 위임하는 것은 노동조합 민주주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중앙쟁대위는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로 위원장 위임을 결정한 듯한데, 이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강제전출 시 파업 돌입’을 명문화하자는 요구조차 위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만약 ‘노조 전체가 파업에 들어갈 조직력이 안 된다’며 파업 돌입이 미뤄지고 이미 준비된 부문의 파업 동력만 약화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해도, 만장일치로 위원장에게 위임을 해 버렸으니 이를 바로잡을 명분이 없는 셈이다.

따라서 오늘, 총회 다음으로 권한이 있는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가 조합원들의 파업 결의를 재확인하고 파업의 일시와 방식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이밍

특히 지금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강제전출이 시행되기 전에 파업에 돌입해야 한다. 셔츠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전체 옷 매무새가 비뚤어지듯, 지금 타이밍은 그 첫 단추다.

27일 인사위원회가 열린 직후 명단이 발표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파업 돌입 시기를 저울질하다 자칫 중요한 타이밍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명단이 확정된 뒤에는 늦다는 지적은 이미 현장에서 광범하게 제기됐다.

쌍용차 투쟁의 교훈 하나는 정리해고 명단이 나오기 전에 파업을 시작하지 않고 이미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뉜 뒤에야 파업에 돌입해, 전체 노동자들이 강력하게 단결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발전노조의 여러 간부들도 발전노조의 경험을 돌아보며 강제전보가 시행되기 전에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발령을 거부하라는 분명한 지침이 내려져야 하는데, 내려지지 않고 있다. 일부는 강제전출에 응하고 일부는 발령을 거부해 싸우는 식으로 분열되면 노동자들의 사기와 힘이 약화된다. 일부 지부들이 자체 판단으로 강제전출 후보자들을 파업 참가자 명단에 넣어 발령에 응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지부별로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전체가 함께 발령을 거부하고 파업에 동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편, 필공 파업으로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일리 있는 제기들도 이미 파업을 결의한 지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현장 노동자들은 지난 파업 경험을 돌아보며 이런 제기를 하고 있다.

중앙 지도부는 지난해 파업을 필공 파업으로 진행한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필공 파업이 “국민 불편 최소화를 기본으로 하는 합법 파업 방식”이었기에 ‘국민적 지지’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 파업이 광범한 지지를 받은 진정한 이유는 철도 노동자들이 강성 우파 박근혜 정부의 강경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파업을 벌여 투지를 보여 줬기 때문이다. 그 기세가 박근혜 정부를 위기로 몰아넣었고, 다른 노동자들과 차별받는 대중의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낸 것이다.

필공 파업으로 절반의 힘만 사용한 결과, 정부로부터 양보를 받아낼 수 없었고, 파업 이후에도 정부의 강경한 탄압과 분할 민영화 공격에 직면해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의원들과 투사들은 현장의 분노와 염원에 부응해 강제 전출에 반대하는 파업을 결정해 이끌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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