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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노동자가 말하는 직무성과급제의 폐해:
“임금은 깎이고 동료는 경쟁자가 돼 버렸습니다”

얼마 전 노동부에서 내놓은 ‘임금체계 개편안’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다 줄 것인지 이미 보여 주고 있는 사업장이 있다. 노동부는 기존의 연공급 임금체계를 성과급 임금체계로 바꿀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KT에서 “고과연봉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KT노동조합은 2009년에 전 직원의 “고과연봉제” 도입을 합의해 줬다. 이것은 그해 7월 민주노총 탈퇴와 함께 사측에 안겨 준 큰 선물이었다. 이 합의에 따라 2010년부터 KT에서는 기존의 연공에 따른 호봉제 임금제도가 폐지되고 전 직원에게 연봉제가 적용되고 있다.

이 연봉제는 고과연봉제라는 것으로 인사고과에 따라 차등적인 임금인상률이 적용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A고과를 받은 상위 10퍼센트는 4~5.5퍼센트의 임금인상률을 적용 받지만 그 이하 고과부터는 인상률이 차감되고 하위 15퍼센트인 D고과는 0~1.5퍼센트의 인상률을 적용 받게 돼 있다. 더구나 최하위 F고과를 받는 5퍼센트의 직원들에게는 0~마이너스 1퍼센트의 임금삭감이 적용된다. 2년 연속 F고과를 받으면 대기발령을 거쳐 면직까지 가능케 하는 제도도 지난해 도입됐다.

지난해 연이은 KT노동자들의 자살은 경쟁만을 강요하는 직무성과급제의 실체를 드러냈다. ⓒ이윤선

연공에 따라 오르던 호봉과 승진에 따른 임금인상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 후, 평균 고과 이하의 대다수 직원들은 실질임금 삭감이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고과연봉제

애초 회사와 KT노조는 호봉승급 등에 따른 인상률 이상으로 안정적인 임금인상이 이뤄지는 구조라며 고과연봉제 도입을 선전했다. 그러나 2010년과 2011년의 평균임금을 비교해 보면, 1.8퍼센트의 인상률로 물가상승률에 미달해 실질임금이 삭감된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이러한 논리가 사실이 아님이 바로 드러났다.

이렇듯 일정 비율이 정해져 있는 인사고과 등급이 바로 임금액을 결정하게 되자, 옆 동료는 이제 밟고 넘어서야 할 경쟁자가 돼 버렸다. 그리고 고과를 주는 당사자인 팀장, 지사장 등의 상급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됐다. 결국 고과연봉제 시행 이후 직원들이 서로 경쟁자로만 여기는 문화가 팽배해졌다. 살인적인 실적 경쟁에 내몰린 직원들이 매년 수십 명씩 각종 돌연사와 질환, 자살 등으로 죽어가며 KT는 ‘죽음의 기업’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2013년 한 해에만 직원 25명이 사망했고 이 중 8명이 자살했다.

애초에 성과급제 자체가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과 분열을 조장하며 임금, 노동조건을 끌어내리기 위한 제도였다. 옆 동료를 밟고 넘어서야 내 연봉이 오르는 구조 하에서 노동자들의 단결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편 KT에는 이번 노동부 지침 중 ‘직무급’에 해당하는 제도를 적용 받는 별도 직군도 있다. 2010년에 KT는 고졸사원 채용 확대라는 명목으로 “고객서비스직”이라는 직군을 신설해 매년 3백여 명을 채용했다. 이렇게 채용된 고객서비스 직군은 일반직군 직원과 동일하게 인터넷 등 KT 상품의 개통과 A/S를 담당하지만 훨씬 적은 연봉을 받고 있다. 더구나 개통, A/S 실적과 판매 실적 등을 일정 기준 이상 달성해 성과급을 받아야만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어, 일반직군의 직원들보다 실적 압박도 심하고 노동강도도 강화된 처지다.

이렇듯 정부가 도입하려는 성과급, 직무급 확대 등의 임금체제 개편은 노동자들에게 재앙만을 가져다 주는 제도라는 것이 이미 KT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부의 시도를 반드시 막아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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