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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아시아 순방:
대중국 견제를 위해 군사동맹을 강화하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4월 23일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4개국 순방(일본,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오바마는 연방정부 셧다운(폐쇄) 사태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과 아시아 순방을 포기한 바 있다. 따라서 오바마는 이번 순방을 지난번 순방 취소의 손실을 만회하고 “아시아 재균형” 혹은 “아시아 회귀” 전략을 강조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상당히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를 방문하게 됐다. 지난해부터 오바마는 대외정책에서 여러 차례 쓴맛을 봤다. 중동에서 아랍 혁명으로 흔들리는 자국의 지위를 다잡고자 시리아 군사 개입 카드를 꺼냈지만, 끝내 포기해야 했다. 올해 불거진 우크라이나 사태도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처럼 최근의 상황은 오바마의 대외정책에 상당한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아시아로 전략적 중심축을 이동하다가 자칫 유럽과 중동 등지에서 러시아나 이란 같은 지역 강국들의 도전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4월 중순 폴란드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이 유럽으로 “다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바로 이런 요구를 의식해 전전긍긍하면서도, 아시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던 것이다.

이런 딜레마가 있음에도 오바마 정부는 기존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최근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제국주의가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고 있지만, 미국 지배자들은 머지 않은 미래에 미국의 세계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 만한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본다. 사실 러시아가 대외정책에서 지금과 같은 기동의 여지를 얻게 된 것도, 중국이 강력하게 부상하면서 기존 제국주의 질서에 변화를 가져온 덕분이었다.

다만, 미국은 힘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중국을 제대로 포위·견제하려면 아시아 동맹국들에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해야 하는 처지다. 앞서 언급한 다른 지역의 사태 전개를 보면서, 미국 지배자들은 이 문제에서 많은 진전을 신속하게 이룰 필요를 더 느꼈을 것이다.

또한 오바마는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미국의 안보 공약을 못 미더워하기 시작한 아시아 동맹국들도 안심시켜야 한다. 안 그래도 일본 아베 정권은 지난해 동중국해 방공구역 설정 사태 때 미국이 기대만큼 충분히 ‘단호하지’ 못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일본은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에서 자국을 미국이 끝까지 도와줄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

한편, 오바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의 타결을 위해 농산물 개방 등에서 일본의 양보를 끌어내야 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은 이런 많은 과제들을 끌어안고 시작한 것이었다.

센카쿠와 미일안보조약

4월 24일 도쿄에서 아베와 정상회담을 한 오바마는 ‘해석 개헌’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려는 아베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요미우리 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자위대를 강화하고 미국과의 연대를 깊게 하려고 노력하는 아베 총리를 높이 평가한다”며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놓고 아베에 힘을 실어 줬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오바마가 센카쿠 분쟁에서 일본을 지원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는 것이다. 미일 정상회담 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바마는 이렇게 말했다. “센카쿠는 일본의 시정권 아래 있으며 미국의 일본 방어 의무를 정한 미일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다.” 센카쿠가 외국(중국)의 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일본을 도와 군사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수준의 얘기는 미국의 다른 고위 관료들이 여러 차례 한 것이다. 4월 6일 미국 국방장관 척 헤이글이 같은 얘기를 한 바 있다. 11일에는 오키나와 주둔 미군 제3해군원정군 사령관 존 위슬러도 “중국이 센카쿠를 점령하면 섬에 상륙하지 않고 [미군의] 공중 폭격만으로도 격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현직 대통령이 센카쿠가 미일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발언의 무게가 이전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미일 정상회담의 공동 성명에 같은 내용이 명시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위협’론을 고리로 한 한·미·일 동맹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오바마는 “북한은 과거 수십 년에 걸쳐 도발적인 행동과 무책임한 행동을 해 왔다”며 북한을 비난했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며 한·미·일 공조를 강조했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포석인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TPP 논의에서는 미국과 일본은 관세 인하·철폐와 시장 개방 폭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 순방에서도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여러 조처를 얻으려 한다. 예컨대, 오바마가 필리핀을 방문해 논의할 주요 의제는 필리핀과의 방위협정 체결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필리핀 군사기지에 있는 미군 병력·장비·물자 배치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번 순방과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지만, 최근 미국은 대만을 상대로 무기 판매와 군사기술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만의 디젤 잠수함 자체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고, 4월 7일 미국 연방 하원은 대만에 프리깃함 4척을 판매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바마 정부의 이런 행보는 다시 중국을 자극해 커다란 반발을 부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오바마의 센카쿠 발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리고 오바마의 방일 기간에 맞춰 동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해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무력 시위를 벌였다.

한·미·일 동맹 구축

오바마는 4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지난 3월의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한·미·일 군사 협력을 전진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했다. 3월 말에 북한이 4차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치고 한국 국방부가 연일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고 얘기해 왔기 때문에, 오바마는 이런 분위기를 한껏 이용했다.

앞선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는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요구했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오바마와 박근혜는 북핵 문제에서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추궁을 강력하게 해 나가겠다고 밝힘으로써, 앞으로 미국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주요한 대북 압박 수단으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대북 압박 분위기 속에서 오바마는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을 추진할 것이다. 이미 4월 중순 세 나라 국방 당국자들이 모여 국방 3자 회담(소위 ‘3자 안보 토의’)을 열었고, 이 회담의 핵심 의제는 “MD[미사일 방어 체계]와 합동군사훈련, 그리고 한일, 혹은 한·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었을 것이다.

오바마는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강력히 바란다. 이것이 MD를 고리로 삼는 한·미·일 동맹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오바마와 박근혜가 “한·미·일 3국의 정보 공유 중요성”을 공유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이 한국 내 여론 악화로 좌절된 적이 있어서 미국은 꼼수를 부리려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국까지 포함한 한·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며, 이를 양해각서(MOU) 방식으로 체결해 국회 동의와 공개 절차를 피하려 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한 구조 지원도 언급됐다. 그러나 이것은 한·미·일 동맹 구축을 위한 명분으로 이용되고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미국과 한국 정부가 제주 남방 해역에서 해마다 한 차례 진행하는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의 주 목적이 “재난 대비 훈련”이라고 말해 왔다고 지적했다. 국방 3자 회담에서도 한·미·일은 “재난 구호의 협력과 공동 대응”을 논의했다. 즉, 앞으로 미국과 한국은 세월호 참사를 핑계 삼아 “재난 대비 및 인도적 구호 훈련”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며, 실제로는 이를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에 이용할 것이다.

오바마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의 현대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것은 대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강화뿐만 아니라, 동맹국의 무기 현대화를 유도해 미국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즉, 앞으로 첨단 무기를 구입하고 국방비를 늘리라는 미국의 압력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핵실험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커다란 긴장을 일으켜 왔다. 오바마가 대중국 견제를 본격화하고 북한을 상대로 “전략적 인내”를 고수하면서, 한반도에서도 긴장이 빈번하게 치솟았다.

지난해 봄의 긴장 고조에 이어, 이번에도 한반도에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일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는 듯하자 북한은 4차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 방한 후에 한·미·일 동맹 구축과 대북 압박에서 더 나아간 조처들이 진행되면, 북한이 맞대응 차원에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감행해 한반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조만간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일본(미국) 간에 상당한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지난해 미국이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가, 이것이 중국의 반발을 부르며 11월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따라서 오바마의 방일 결과로 지난해 방공식별구역 사태와 유사한 일이 또다시 벌어질지 모른다. 중국과 일본 간의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열강의 힘 겨루기와 갈등이 커지는 것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밀접해지면서 여전히 한미동맹을 중시해야 하는 박근혜와 한국 지배자들에게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는 전통적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자는 노동운동을 활성화시키는 데 일조하고자 계속 애쓰면서 박근혜의 친제국주의적 정책에도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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