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전출 철회 투쟁을 이어가며 투쟁을 준비하는 철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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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간의 철도 파업 이후 철도 현장조합원들의 2라운드 전투는 철도공사의 강제전출에 맞선 투쟁이었다.
복귀 후 현장에서 크고 작은 전투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강제전출 저지 투쟁은 사측을 긴장하게 할 만큼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짧게는 십 년, 길게는 수십 년 경력을 가진 베테랑 노동자들을 하루 아침에 기계 부품 바꾸듯 갈아치우려는 것에 노동자들은 삭발, 농성, 파업 결의 등으로 격렬하게 저항했다.
사측의 공격은 특히 올해 화물 자회사 설립 등 본격적인 철도 분할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현장 노동자들의 조직력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이 명백했다. 화물 자회사 설립의 성패가 노동자 4천여 명을 강제로 ‘전적’시키는 것에 달려 있기 때문에 현장 조직력 약화는 사측에게도 사활적이다.
결국 사측은 현장조합원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애초 목표한 바를 온전히 성취하지 못했고, 현장조합원들의 투지도 완전히 꺾지 못했다.
그러나 기층의 파업 결의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고, 결정적인 국면에서 투쟁을 전진시키는 데서 한계에 직면했다. 철도노조 중앙 지도부의 투쟁 회피로 파업이 불발된 것이다.
그럼에도 투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강제전출이 시행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아직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기관차지부, 용산기관차지부, 청량리기관차 지부 조합원들은 수색에서 청량리까지 집회와 도심 행진을 벌이며 강제로 전출되는 동지들을 응원하고 이후 투쟁을 결의하는 끈끈한 동지애를 과시했다.
서울차량지부 조합원 2명은 보름이 넘도록 수색 기지 내 철탑 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서울지역조합원들은 연일 철탑 아래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연대도 계속되고 있다. 대전에서도 천막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교훈
저항을 이어가며 현장의 활동가들은 이번 강제전출 저지 투쟁의 교훈도 되새기고 있다. 이번 투쟁을 최선두에서 이끌었던 투사들은 “7월에는 반드시 강제전출 명단이 나오기 전에 싸워야 한다”, “단 한 명도 강제전출 보내지 않으려면 단결해 모두가 함께 싸워야 한다” 하고 말한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7월 사측이 계획하는 강제전출 역시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측 역시 7월까지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철도 ‘노사 관계 혁신’을 위해 정부측 인사들은 ‘문제의 원인은 현장에 있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아마도 사측은 강제전출을 부분적이나마 밀어붙인 기세를 몰아 현장을 집요하게 공격하려 할 것이다. 이미 철도 수색지구 노동자들에 대한 중징계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내놓은 각 직종의 인력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려 할 수 있다. 벌써 운전 분야는 화물열차 1인 승무 시범운행, 노동강도 대폭 강화 등 여러 공격들을 예고하고 있고 각 직종마다 구조조정 현안들이 불거질 기미가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밀리면 안된다. 현장 지부장들과 활동가들은 구조조정에 맞선 전투들도 대비하며 7월 강제전출 투쟁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지금 무엇보다 정치가 중요하다. 이 때의 정치는 협소하게 주류 정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 연대를 이룰 수 있는 정치적 주장과 활동을 펴야 한다. 특히, 각개격파를 노린 이간질에 연대와 공동의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이를 위해 철도 현장의 지부장과 투사들은 투쟁을 전체로 연결하고 확대하려는 노력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이것은 전 직종의 투쟁적 지부장과 투사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추진할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여러 지역과 직종에 속한 투사들이 서로의 상황과 정보를 공유하고 전체적 상황을 조망하며 체계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 속에 투사들은 다시 한 번 투쟁을 전진시킬 기회를 부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이것이 화물 자회사 분리에 맞선 전면전을 확실하게 대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