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지부는 금속노조로 조직 전환을 한 2007년부터 지부와 각 지회(화성, 소하리, 광주, 판매, 정비) 지도부를 따로 선출해 왔다. 하지만 기아차지부는 지난 4월 15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1지부 5지회 지도부 선거를 러닝메이트 방식으로 치르도록 변경했다.
기아차지부와 일부 지회 지도부는 기존 선출 방식이 “노조 내 분열과 갈등”만 조장해 왔다며 단결과 연대를 위해서 러닝메이트 방식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난 몇 년간 기아차지부와 일부 지회 지도부가 서로를 핑계 삼아 투쟁을 회피해 온 게 노조 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 또, 현장의 여러 조직들이 노조 지도권을 획득하려고 불필요한 경쟁과 다툼을 해 온 것도 문제였다. 다수 조합원들이 이런 문제 때문에 노조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기아차지부 지도부는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노조 지도부 선출 방식 탓으로 돌렸다.
노동조합의 선거 제도 그 자체가 노조의 단결과 연대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러닝메이트 방식이 현장조합원의 힘을 강화하는 노동조합 민주주의에 도움이 됐던 것도 아니었다. 예를 들어, 기아차에선 러닝메이트로 지도부를 선출했던 시기에 광주 공장에서 현장조합원들의 지지가 가장 낮았던 지회장 후보가 전 공장 투표에서 다수 득표를 해 당선한 경우가 있었다. 해당 공장의 현장조합원들에게 부정당한 후보가 지도부가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광주 지회 조합원들은 이번 러닝메이트 복원 총투표에서 42.6퍼센트의 낮은 지지를 보냈다.
한편 노조 지도부는 러닝메이트 복원을 통해 단일한 경향이 노조 내 결정권과 권한을 독점하는 단일한 집행체계 구축을 원한다. 노조 지도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단일한 집행체계가 더 효과적인 교섭 구조일 뿐 아니라, 현장조합원들의 불만과 투쟁을 통제하는 데도 수월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 시기 러닝메이트제의 진정한 문제점은 기아차지부와 다섯 지회 모든 곳에 후보를 낼 수 없는 투쟁적이고 급진적인 소규모 노동자 모임(개인들)은 사실상 노조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현장조합원들의 불만을 모아내고 자주적 행동을 고무하고자 하는 투사들이 선거 참가에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됐다.
따라서 현장조합원의 독립성, 자발성, 자주적 행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혁명적 좌파라면 당연히 현 시기 기아차지부 지도부가 추진한 러닝메이트 복원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연대 기아차 회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이유다.
노동조합의 선거 제도와 규약 등은 노동조합 민주주의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선거 제도와 규약은 조합원들의 자주적 행동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돼야지 그 반대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