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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지부는 지금부터 통상임금 정상화 투쟁을 시작해야

올해 현대·기아차지부 투쟁의 핵심 내용은 단연 정기상여금에 대한 통상임금 적용 문제다.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화와 현장 통제·탄압 분쇄도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통상임금 투쟁은 미루면 미룰수록 체불임금이 더 늘어난다. 사측은 늘어나는 체불임금을 핑계로 성과급 지급과 임금 인상을 회피할 소지가 크다.

그런데 금속노조의 핵심인 현대차지부는 그동안 정부와 사측의 공세에 맞서 투쟁을 건설해 오지 못했고, 임단협 요구안 마련을 위한 대의원대회도 예상보다 늦은 5월 중순으로 예정했다. 기아차지부는 당초 4월 21일 개최하기로 한 일정을 일주일 뒤로 연기하기도 했다. 이러다가는 현대·기아차의 임단협이 늦어져 금속노조의 시기 집중 임단투가 힘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굼벵이

올해 투쟁 승리를 위해 지금까지 진행된 통상임금 정상화 투쟁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현장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즉각 투쟁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컸다. 자본가들 역시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문제에 있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허둥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체불임금 규모와 임금 인상 효과가 가장 큰 핵심 사업장임에도 현대·기아차지부의 대응은 굼벵이 기어가듯 했다. 현대·기아차지부 집행부는 조합원 1인당 (특근을 제외하고) 매달 임금 인상분이 35만~40만 원 상당이 걸린 문제를 소심하게 법리 문제나 임단협 쟁점으로만 여기고 투쟁에 미적거린 것이다.

특히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3월 6일자 노조 신문에 직접 ‘통상임금을 당장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날조하는 것도 통상임금 투쟁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열망에 재를 뿌렸다. 그러자 3월 11일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 윤여철이 직접 나서 ‘현대차는 취업규칙상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고 밝혔다. 기아차지부 역시 현대차지부의 눈치를 보며 투쟁을 조직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박근혜 정부와 자본가들도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임금체계를 개악하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1월 23일 자본에 유리한 통상임금 지도지침을 내려 보냈고, 50대 이상 고참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도 확산하려 했다.

이런 정부의 절대적 지원 속에 기업들은 대법원 판결조차 간단히 무시하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거나 포함하더라도 체불임금을 포기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기회에 50대부터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공동 투쟁

힘겹게 번 돈을 떼먹으려는 시도에 맞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이윤선

이런 정부와 자본의 공세에 맞서 노동계의 공동 투쟁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개별 노조가 소송으로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2월 현재 2백21곳이 소송 중이고 계속 늘고 있다. 그중 자동차·조선·철강 관련 제조업이 62.4퍼센트에 이른다.

물론 소송도 투쟁의 일부이긴 하다. 하지만 소송만으로는 통상임금을 온전히 되찾기는 힘들다. 법원은 순전히 법리적 측면만을 고려해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애초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판결도 대체로 대법원에서 이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박근혜가 미국 방문 중 GM사장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한 뒤 법적인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결이 났다.

12월 18일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임금 체불소송 1심 판결이 나온 네 곳 중 두 곳은 패소했다. 승소한 두 곳도 상급심에서도 이길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김형동 변호사는 “하급심에서는 함부로 회사측의 경영부담을 이유로 신의칙을 적용하기 어렵지만, 대법원과 같은 상급심에서는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고 우려했다. 이렇듯 통상임금 문제를 소송에 기대서는 낭패를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체불임금 1심 결과가 상반기 중 나올 가능성이 높다. 기아차 소송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수천만 원이 걸려 있어 소송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이 아주 높다.

세계경제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미국의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2008년 이후 심각한 위기를 겪다가 지난 몇 년 동안 대규모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등 고통전가로 다시 시장 ‘경쟁력’을 회복했다. 이로 인해 경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고 세계 자동차 시장도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어 현대·기아차 자본이 쉽게 양보할 리 만무하다.

따라서 활동가들은 본격적인 임단투 쟁의에 돌입하기 전부터 다른 작업장들과 함께 공동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임단투도 계속 늦추지 말고 금속노조 시기 집중이 효과적으로 될 수 있도록 조직돼야 한다.

현대차지부는 임협 요구안 확정을 위한 대의원대회를 더는 늦춰선 안 된다. 기아차지부는 4월 28일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신속히 투쟁 체제를 확립하고 현장 조직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