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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에 빠진 통신서비스업:
간접고용 확대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KT

한국에서 유무선 통신서비스의 보급률이 포화 단계에 도달했다. 예를 들어, 2013년까지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5천4백68만 명으로 이동통신 보급률이 약 1백10퍼센트에 이른다. 여기에 경제 위기가 더해져 국내 통신서비스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09년부터 매우 낮아져 1퍼센트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통신서비스업 침체는 단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통신서비스 보급률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 북미·유럽·일본 등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4년 북미의 통신서비스업 매출 성장률은 1퍼센트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서유럽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이미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매출이 6퍼센트 감소한 바 있다.

경쟁이 격화하는 무선통신

한국의 이동통신 서비스 매출은 2011년에 제자리걸음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5천만 명을 넘고 보급률이 1백 퍼센트를 넘어서면서 이동통신 가입자의 증가 추세는 낮아지고 있지만,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통신서비스 매출액과 증가율 ⓒ노동자 연대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이 는 것은 요금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2009년에 국내에서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2010년부터 스마트폰이 대거 보급됐다. 스마트폰은 음성통화 외에 무선인터넷 수요도 창출해 통신사들이 매출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스마트폰 가입자는 2009년 말 75만 명(이동전화 가입자의 1.6퍼센트)에서 2013년 말 3천7백52만 명(이동전화 가입자의 68.6퍼센트)으로 증가했다.

또, 2011년 말부터는 무선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진 4G LTE 서비스가 개시됐고, 2012년부터는 LTE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었다. LTE는 기본적인 요금 수준이 2G나 3G에 견줘 훨씬 높다. 물론 LTE 망에 새로 투자하느라 2012~13년에 통신업체들의 수익이 나빠지기도 했지만, 2014년에 LTE 투자는 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까지 LTE 가입자 수는 2천8백45만 명으로 급증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52퍼센트에 이른다.

그런데 KT는 주파수 확보가 늦어져 2012년에야 LTE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KT 이동통신 가입자 중 LTE 비율은 2013년까지 47.9퍼센트로 이동통신 업체 중 가장 낮다. 이에 따라 KT의 2013년 4분기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도 3만 2천1백60원으로 SK텔레콤(3만 5천6백50원)이나 LG유플러스(3만 5천3백88원)보다 낮았다.

매출이 급감하는 유선통신

한편, 유선전화나 초고속인터넷 등을 포함하는 유선통신 부문은 가입자 수가 이미 포화인데다가 서비스 요금까지 낮아지고 있어서 매출이 계속 줄고 있다.

특히 유선전화 부문 매출은 무선통신 이용이 늘어난데다 기존의 시내전화 가입자가 요금이 더 저렴한 인터넷 전화로 옮기면서 급감하고 있다. 2013년에는 17.4퍼센트나 줄었다.

KT는 유선통신 부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경쟁회사인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등에 가입자를 빼앗기고 있어 매출액이 급감하고 있다. 2011년 6조 9천5백10억 원에서 2013년 6조 41억 원으로, 2년 사이에 9천억 원이나 줄어들었다.

KT는 지난해 매출 23조 8천1백6억 원, 당기순손실 6백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이 2012년과 거의 같다는 점은 분명 KT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러나 2012년에는 당기순이익 1조 1천54억 원을 기록했는데, 2013년에는 비슷한 매출액으로 6백3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은 2013년 회계장부에 잠재적 손실을 대거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KT의 신임 회장인 황창규가 전임 회장인 이석채 때 발생한 손실을 한꺼번에 털어 버리는 한편, 대량 해고의 명분을 만들어 내려고 회계장부를 손봤을 것이다.

비정규직 확대

KT 노동자 수는 3만 2천여 명으로 경쟁회사인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5천7백70명, LG유플러스의 6천7백80명에 비하면 월등히 많다. 이 때문에 KT의 전 회장 이석채도 “매년 경쟁사 대비 1조 5천억 원 이상 인건비가 더 소요된다”며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른바 KT의 ‘방만한 인력’은 경쟁 회사들이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KT는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줄 뿐이다. 최근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노동자 투쟁에서도 드러났듯이,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설치·A/S 등을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어 KT보다 노동자 수가 적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KT 신임 회장 황창규는 통신서비스업의 전반적인 침체, 유선통신에서의 매출 급감, 무선통신에서의 상대적 열세 등의 위기 상황을 직접 고용 인원을 줄이고 다른 통신회사들처럼 하청·비정규직으로 대체해 수익성을 만회하려는 것이다.

이번에 8천 명이 넘는 대량 해고로 KT의 연간 인건비는 3조 2천억 원에서 2조 5천억 원으로 7천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KT 유선 부문 노동자를 2천여 명까지 줄여야 경쟁회사들과 비슷해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1만여 명을 더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황창규의 전력으로 보건대, 이번 대량 해고 같은 방식뿐 아니라 삼성식 ‘상시 구조조정’ 방식으로 앞으로도 계속 노동자를 줄이려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KT 사측의 구조조정에 제대로 맞서 싸워야만 KT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통신업계에 널리 퍼진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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