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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종차별적” 오바마 비난:
오바마는 제국주의 때문에 비난받아야지, ‘피부색’ 때문에 비난받아선 안 된다

지난 5월 2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원숭이”이나 “잡종” 등의 인종차별적 표현을 동원해 미국 대통령 오바마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기사를 게재했다. 그리고 이 기사가 뒤늦게 서방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기사에서 〈조선중앙통신〉은 하급 군관이나 지방 관리 등의 주장을 빌어 오바마를 비난했는데, 여기에 나온 인종차별적 표현들이 너무 상스럽다.

“싱아대 같은 키에 기다란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깡충깡충 뛰어 나오는 꼴불견 역시 신통망통 원숭이를 찍어 닮았다.”

“혈통마저 분명치 않은 잡종.”

“세계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 아프리카 자연동물원의 원숭이 무리 속에 끼워 구경꾼들이 던져 주는 빵 부스러기나 핥으며 사는 것이 제격일 것이다.”

물론 〈조선중앙통신〉의 해당 기사는 북한 정부 기관의 공식 성명은 아니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기사가 북한 정부의 입장과 무관하게 나올 리 없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런 기사를 낸 때는 오바마가 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북한 ‘위협’론을 강조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 이때 일본과 한국을 연이어 방문한 오바마는 한·미·일 삼각 동맹 구축을 위해 북한의 핵 ‘위협’을 상당히 강조했다. 그리고 북한의 인권 침해를 직접 언급하며, 인권 문제도 주요한 대북 압박 수단으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즉, 오바마는 자국의 제국주의 패권을 유지하려고 북한을 향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해, 한반도와 그 주변에 긴장을 높이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 오바마는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온갖 말썽을 일으키는 미국 지배계급의 일원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중동 등지에서 오바마 정부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살해된 수천 명의 민간인들만 생각해도, 오바마는 온갖 비난을 들어도 마땅한 자다.

바나나

그러나 미국 제국주의를 비난한다고 해서, 그 모든 게 선(善)일 수는 없다.

사람을 원숭이에 비유하는 것은 서구에서 흑인에게 엄청난 모욕을 주는 행위다. 예컨대 4월 28일 스페인 프로축구 경기에서 브라질 출신 선수인 다니 알베스에게 상대팀 서포터스가 바나나를 던져,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이에 많은 축구 선수들이 “인종차별 반대, 우리는 모두 원숭이다” 하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인종차별 행위를 규탄했다.

북한 정부가 보여 준 인종차별적 태도는 진정한 반제국주의적 연대와도 거리가 멀다. 당장 “원숭이” 운운하는 북한 정부의 주장을 미국의 흑인 노동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리고 인종차별뿐 아니라, 북한 정부는 동성애 혐오나 여성차별적 시각도 자주 드러내 왔다. 지난 4월 〈조선중앙통신〉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이자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마이클 커비에 대해 “40여 년간 동성연애로 추문을 남기고 지금까지도 동성에게 시집을 가지 못해 안달하는 너절한 늙다리 호색광”이라는 인신 공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박근혜를 비난할 때 “괴벽한 노처녀”, “늙은 암탉” 같은 여성차별적인 표현들을 자주 쓴다.

서방 쪽 지배자들을 이런 식으로 비난하는 것을 보면, 북한 국내에서 여성, 동성애자, 다문화 가정 등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회주의가 아닌 자본주의

북한의 지배 관료들이 보여 주는 인종차별, 동성애 차별, 여성차별 등은 진정한 사회주의·마르크스주의 전통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를 강조하는 마르크스주의와, ‘잡종’을 배척하고 민족적(인종적) ‘순수 혈통’을 강조하는 북한 지배 이데올로기 사이에 무슨 공통점이 있겠는가.

진정한 마르크스주의 전통은 노동계급의 단결을 약화시키거나 위협하는 모든 형태의 구조적·이데올로기적 차별에 맞서 싸워야 함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검은 피부가 낙인인 곳에서 흰 피부의 노동자들은 결코 해방될 수 없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야말로 사회의 진보를 가늠하는 잣대다” 같은 마르크스의 주장과, 북한 정부의 상스러운 표현들은 아주 대조적이다.

자본주의 지배자들은 노동계급을 분열시켜 노동자들을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착취하려고 온갖 종류의 구조적 차별을 조장한다. 북한 지배 관료들도 북한의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고자 동일한 일을 벌여 왔다. 그런 점에서, 북한 지배 관료들은 자신들이 비난하는 미국과 남한의 지배자들과 본질적으로 똑같다.

따라서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좌파들은 ‘적(敵)의 적(敵)은 친구’라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말고, 북한 지배 관료가 아니라 북한의 억압받는 사람들을 연대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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