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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파업 승리 -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지켜 내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파업 44일 만에 통쾌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것은 병원장 성상철과 노무현 정부의 악랄한 탄압과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고 싸운 끝에 얻은 승리라서 더욱 값지다.
서울대 병원장 성상철은 7월 15일 노동조합과 만나 “진실과 비폭력을 지향한다”고 말한 후 몇 시간 만에 노조 간부들을 형사 고발하고 15억 원이 넘는 손배·가압류를 청구했었다. 지난 한 해 고 김주익 열사를 비롯한 6명의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손배·가압류는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야만적인 노동 탄압이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서울대병원 지부가 산별잠정합의안의 독소 조항인 10조 2항의 삭제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지지와 연대를 보내지 않았다. 되려 다함께나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의 연대를 가로막고 문제삼는 비민주적인 태도를 보였다.
손배가압류 문제가 터진후 서울대병원에 온 보건의료노조 윤영규 위원장은 “손배가압류 문제는 함께 싸울 것이다. 그러나 다른 문제들은 책임질 수 없다.”는 발언을 해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의 방해로 일부 진보적 언론에도 서울대병원 파업의 내용과 상황이 제대로 보도되지 못했다.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노동과 세계〉가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와 서울대병원 지부간의 ‘갈등’을 보도한 것에도 항의했다. 그러자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노동과 세계〉 기자를 질책하고 해명서를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후보로 출마한 다함께의 김인식·김어진 선본은 선거 운동을 서울대병원의 피켓 라인에서 시작했고 7월 15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서울대병원 투쟁 지지 특별 성명서를 결의하는 데서 주도적 구실을 했다.
서울대병원 지부는 7백∼8백 명이 흐트러짐 없이 파업대오를 유지했다. 또, 서울대병원 파업의 여파로 경북대·제주대 병원과 지방공사의료원 등에서 산별합의를 뛰어넘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현정희 부위원장은 “서울대병원 파업이 끝나고 투쟁 전선이 사라지면 병원주들이 산별 합의를 근거로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기에 지금 승리한 병원 노동자들도 불안해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대구 경북지역의 9개 지부는 산별잠정합의안 10조 2항의 폐기를 촉구하는 공개 성명서를 발표했고 서울대병원 파업을 지지하고 10조 2항의 폐기를 요구하는 지부들은 급속히 늘어났다.
결국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흔들림없는 투쟁과 아래로부터 연대 확산 앞에 성상철은 무릎을 꿇었다. 노동자들은 210명 인력 충원, 병실료 인하와 다인실 확대 약속, 비정규직 정규직화, 치과병원 분리 시 노조와 고용 승계, 손배·가압류와 고소 고발 철회 등 산별합의를 뛰어넘는 요구를 쟁취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산별 지도부가 현장 노동자들이 요구를 거스른 합의를 했을 때 물러서지 않고 싸워서 잘못된 합의를 무력화시키고 승리할 수 있음을 멋지게 보여 주었다.
전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