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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원 노동자 투쟁:
“돈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전기 현장”을 원한다

전기원 노동자들이 원청인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맞선 투쟁을 선포했다. 전기원 노동자들은 전봇대, 철탑에 올라 2만 2천9백 볼트의 고압선을 손으로 만지며 배전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다.

전기안전공사가 밝힌 자료를 보면, 2003년부터 지난 10년간 송배전선로 공사에서 6백17명이 감전재해를 입었다. 이 중 1백4명은 목숨을 잃었다. 건설노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2012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최근 3년 사이 같이 작업하는 작업조의 중대사고를 1회 이상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중 약 26퍼센트가 사망 사고였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목숨을 팔아 빚 갚겠다고? 5월 15일 한전 본사 앞 결의대회. ⓒ사진 출처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설노조 경기도전기원 김인호 지부장은 전기원 노동자들의 처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전은 일본, 유럽 등에서도 15년 전에 중단된 공법을 ‘선진화 공법’이라며 고압선을 직접 손으로 만질 것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2만 2천9백 볼트 고압선을 직접 손으로 만져야 하는 나라는 우리 나라밖에 없다.

“예전에는 그나마 15명이 일했는데, 지금은 의무고용인원 기준이 10명이고 실제 현장에서는 5~7명이 일하고 있다.

“한전은 현장의 안전에 대해 실질적인 관리·감독은 하지 않으면서 공사비 삭감만 요구한다. 결국 현장에서 더 적은 인원이 더 큰 위험을 무릅쓰도록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한전은 2017년까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원가를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의 일환이다. 전기원 노동자들은 이것이 ‘노동자들의 안전과 목숨을 팔아서 빚을 갚으려는 계획’이라며 개탄하고 있다.

김인호 지부장이 말했듯, 이미 한전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배전 현장 의무고용인원을 2001년 15명에서 2011년 10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여 왔다.

여기에 더해 하청업체인 배전업체들은 인건비를 절감하려고 의무고용인원 중 일부를 자격증 취득자의 명의만 빌려 채워 넣어 왔다. 그래서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전기원 노동자의 수는 의무고용인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심지어 어떤 현장에서는 전기원 노동자가 혼자 작업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은 시간적 압박에 시달리고, 사고의 위험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원가 절감

또, 지난해 한전은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협력업체에 주는 페널티를 기존의 “중상·경상시 6개월 계약해지”에서 “중상 15일, 경상 5일 계약해지”로 대폭 완화했다.

‘선진화 공법’이라며 적극 권장하고 있는 ‘직접활선’ 공법은 전기원 노동자들의 안전을 더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직접활선 공법이란 전기가 흐르고 있는 고압선을 직접 손으로 만지며 공사를 하는 것으로, 도구를 사용해 공사를 진행하는 ‘간접활선’ 공법보다 6배나 사고율이 높다. 이런 위험천만한 방식을 원가 절감을 이유로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원 노동자들은 의무고용인원 축소 중단, 직접활선공법 폐지, 의무고용인원 법제화와 현장관리감독 강화, 민간자격증 폐지와 국가자격증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돈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전기 현장’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구들이다.

전기원 노동자들은 5월 15일 한전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1박 2일 노숙농성을 하며 한전에 안전한 전기 현장을 위한 요구를 전달했다. 그리고 한전이 진지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5월 29일과 30일에 전국의 배전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돈보다 안전’을 내건 전기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이윤 체제의 정신 나간 우선순위에 맞선 정당한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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