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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고액 임금’ 논란:
모두의 임금을 하향 평준화하려는 정부의 이간질

공무원연금 개악을 향한 여론몰이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공무원연금 기여금(공무원이 내는 금액)과 급여액을 정하는 기준인 ‘기준소득월액’이 4백47만 원이라고 발표했다. 일부 언론은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3백4만 7천 원’이라며, “공무원 ‘박봉’은 옛말”이라는 식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기준소득월액’은 대통령부터 9급 말단 공무원까지 모두 합해 평균을 낸다. 실제로 지방의 한 공무원노조 지부에서 자체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4급 국장에서 9급까지의 평균 월급은 3백67만 원 정도였다.

‘2013년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 보수는 1백인 이상 사업장의 84.5퍼센트였다. 또, 최근 10년 동안 이 수치는 계속 떨어져 왔다. 이것은 정부가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강요해 온 ‘고통 분담’의 결과다.

‘고통 분담’

한편,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각각 4.3퍼센트와 3.1퍼센트였다. 만약 경제 성장의 과실을 노동자가 누렸다면, 적어도 매년 7.4퍼센트씩 임금이 인상돼야 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공무원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4.1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또, 공무원이 9급으로 들어와 60세까지 받는 생애임금은 1백 인 이상 사무관리직 노동자 임금에 견줘 자그마치 4억 원 이상 적다.

게다가 지난해 정부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삭감하고, 수당 통제를 강화해 왔다. 또, 총액인건비제 탓에 신규 채용이 제한돼, 하위직 공무원들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임금은 늘어나지 않은 채 노동강도만 강화돼 온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언론은 공무원의 ‘기준소득월액’ 수치를 왜곡하며 공무원 임금과 연금을 개악하려 한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공무원 노동자들의 임금이 이제는 ‘박봉’이 아니라며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물론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자리인 것은 맞다. 하지만 상시적으로 해고를 하고, 정규직이 아닌 온갖 종류의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있는 건 ‘비정상’ 아닌가!

설사 공무원이 다른 노동자 부문보다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더 나은 노후를 보장받더라도, 이것을 ‘특혜’라고 비난할 게 아니라 다른 노동자 부문도 공무원처럼 안정적으로 만드는 게 ‘정상’일 것이다.

요컨대, 정부와 언론은 공무원이 ‘박봉’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무원연금과 임금을 ‘하향 평준화’하려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

4월 12일 공공노동자 총력투쟁 선포대회. ⓒ이미진

따라서 공무원 임금을 공격해 민간 기업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이간질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미 민간 기업 노동자의 ‘임금 체계 개편’에 나섰다. 근속년수가 올라갈수록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제를 없애려는 것이 핵심이다. 공무원은 대표적인 연공급이다. 공무원연금을 포함한 공무원 임금에 대한 공격과 민간 기업 임금 체계 개편은 동떨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부문이 상대적으로 나은 일자리와 임금을 누리고 있다면 이것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더 나은 일자리, 더 나은 임금을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노동자들끼리 ‘바닥을 향해 경쟁’하지 말자.

공무원 노동자들도 공무원연금 개악뿐 아니라 기초·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전반의 문제를 함께 제기해야 한다. 또, 정부의 ‘임금 체계 개편’에 맞선 투쟁에도 함께 나서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이간질 시도에 맞서는 효과적인 투쟁 전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