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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지역사회 운동의 근원적 한계

지금까지 인류는 지구 곳곳에서 환경이 파괴되고, 다국적 경제 엘리트가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고, 부국에서든 빈국에서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삶이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지는 등의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역 경제’에 관한 관심이 늘었다. 사람들은 지역 경제를 덜 위험한 곳으로 보며, 그 속에서는 필요한 변화를 더 쉽게 이룰 수 있다고 여긴다.

자본주의 초기에는 이윤 추구가 낳은 인간 착취와 환경 파괴가 대체로 지역 수준의 문제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지역 수준의 경제들이 성장하고 합쳐지면서, 훨씬 더 파괴적인 세계경제로 발전한 것은 필연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지역 수준으로 관심을 돌리면, 자본주의의 수많은 병폐 중 하나일 뿐인 지역 경제와 지방 자치의 쇠퇴 문제에 갇히게 된다. 또한 증상을 원인으로 잘못 진단하게 된다.

그렉 샤저는 2012년에 발간된 그의 책 《지역은 답이 아니다: 왜 소규모 대안 운동은 세계를 바꾸지 못하는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역사회 운동(Localism)의 문제는 그 운동의 정치가 반기업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운동의 정치가 충분히 반기업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지역사회 운동은 고삐 풀린 경쟁의 결과만 보지 정작 그 원인은 보지 못한다.”

시장의 현실에 부딪힌 선의

지역사회 운동의 활동가들은 지역 경제 촉진, 대안 화폐나 물물교환 체계 구축, 지역 수준의 에너지 자급자족, 친환경적 운송 체계 구비, 그리고 가장 널리 알려진 로컬푸드 같은 쟁점에 큰 관심을 둔다. 좀 더 흔하게 볼 수 있고 더 온건한 형태의 지역사회 운동은 소비 문제에 천착한다. 그러면 지역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부유하고 힘있는 기업주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 사이에 거대한 간극이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간극이 쇼핑몰 계산대가 아니라 작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사실도 볼 수 없다.

지역사회 운동의 활동가들은 흔히 중소기업가들에게 이렇게 촉구한다. 종업원들에게 생활임금과 각종 보험을 보장하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런 권고가 먹히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의회 예산국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에서 25인 이하 작업장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1백 인 이상 작업장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임금보다 30퍼센트 가까이 낮다. 그리고 작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의료보험이 보장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국가적 의료보험이 미흡해, 사용자가 노동자들에게 민간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중소기업가들이 유달리 탐욕스럽거나 매정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렉 샤저가보여 줬듯이, 지역의 중소기업가들도 지역적·일국적·세계적 시장의 법칙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장 선한 기업가도 최소의 임금으로 최대의 생산성을 짜내지 못하면, 더 효율적인 경쟁자에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안다.

지역사회 운동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운동은 로컬푸드 운동이다. 1998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에서 로컬푸드 판매 시장의 수가 세 배 커졌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다른 식품과 농산물 산업에 대한 기업의 지배력도 마찬가지로 커졌다.

미국 전역에서 로컬푸드 소비 열풍이 불었는데도, 미국의 식품가공업 부문은 한 줌밖에 안 되는 기업들의 수중으로 더욱더 집중됐다. 4대 식료품점 체인 기업들의 식품 소매 시장 점유율은 1998년 22퍼센트에서 2010년 53퍼센트로 커졌다. 아주 위험한 수준이다.

로컬푸드 운동은 경제적·물리적 한계가 있다. 미국인들이 모두 자기 텃밭은 가꿔 식용작물을 기르더라도 현재 미국 내 농경지의 2퍼센트도 대체하지 못한다. (게다가 사람들이 모두 자기 텃밭을 만들려면, 주택가 나무를 수도 없이 베어 내야 한다.)

현실의 얘기를 좀 더 해 보자. [미국의] 몇몇 대도시에는 군데군데 공동체 농장과 자체 신선 식품 공급망이 생겼다. 그러나 농경지가 지역마다 불균등해서 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시골 지역이 많은 네브래스카 주(州)에는 농경지로 바꿀 만한 토지가 주민 1인당 약 1만 7천 평에 이른다. 그러나 인구 밀도가 높은 코네티컷 주의 경우에는 그런 토지가 주민 1인당 70평도 안 돼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없다.

세계적 지역사회 운동?

이런 문제를 깊이 파고든 지역사회 운동의 일부 활동가들은 이 운동이 성공하려면 생산, 소비, 권력관계, 자원 사용 방식을 심대하게(심지어는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제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앞장서서 주장하는 오스트레일리아 활동가 테드 트레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과잉 소비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이제는 소비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급진적 대안이 필요하다. 나는 그 대안을 ‘더 소박하게 살기’라고 이름 붙였다. ‘더 소박하게 살기’가 구현되면, 사람들은 대체로 소규모 농경지와 기업으로 이뤄진 지역 경제 속에서 간소하지만 풍요로운 생활양식으로 살아갈 것이다. 즉, 지역에서 필요한 것을 그 지역의 자원과 노동을 이용해 충족하는 것이다. …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이렇다. 이 대안이 성공하려면 사람들이 소박하고 자급자족하는 생활양식과 강력한 집산주의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서로 베풀고 보살피며 살 동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성장 제일주의를 뒤집으려면, 그러한 극적 변화가 정말로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자발성에만 기대어 그런 변화를 꿈꾼다면, 트레이너가 제시한 대안은 빈번히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지역 주민이 모두 자발적으로 “소박하고 자급자족하는 생활양식”으로 살겠다고 할까? 개인이 생활양식을 바꾸면 권력이 매우 불평등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까? 지역공동체는 세계경제가 가하는 압박을 물리칠 수 있을까? 설령 한 지역에서 그런 변화가 실제로 일어난다고 해도, 그 영향력이 그 지역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지역사회 운동의 가장 열정적인 활동가들조차 지역사회 운동이 이룩한 사회적·정치적 성과가 매우 적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트레이너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 “현재까지 자발적 지역공동체운동은 대부분 오직 소비 자본주의 사회 틀 안에서의 개혁밖에 이루지 못했다.” (영국에서 시작돼 세계로 퍼진 대안 마을 운동에 관한 연구도 이런 얘기를 뒷받침해 준다.)

트레이너의 방식보다 온건한 지역사회 운동들이 이룩한 성과는 더욱 적다. 더 친기업적인 지역사회 운동을 지지하는 밴더빌트대학교 사회학 교수 데이비드 헤스도 그것을 인정한다. “적어도 지금까지 ‘지역 소비’ 운동은 대체로 중소기업가와 중간계급 소비자의 연합이었다. 이 운동은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이 아니다.”

지역 수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도 헉헉거리는 지역사회 운동이 세계적 수준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물론 헤스는 지역공동체들이 모범을 세우고 나머지 바깥 세계와 “공정무역”을 하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지역 소비’라는 표어와 어긋나고, 공정무역운동이 세계적 착취 체계를 그리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트레이너와 그 지지자들은 지역사회 운동이 국가 경제나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서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석유 고갈이나 통제 불가능한 기후변화 같은 대재앙이 세계 자본주의에 치명타를 입혀 “현존 체제가 붕괴하면”, ‘더 소박하게 살기’를 이미 구현한 지역공동체들이 “[사회] 재건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더 나은 전망은 그렉 샤저 같은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지역사회 운동이 정치 투쟁을 회피하며 이상화된 지역공동체를 건설하려는 데에서 벗어나야 하다고 주장한다. “세계 자본주의 권력 기구들에 맞서 지역에서 싸우고”, 다른 많은 지역의 투쟁들과 연합해 “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텃밭을 가꾸거나 ‘지역 소비’를 하는 것보다 이런 방식이 훨씬 더 고된 일이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길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이런 방식은 웅크리고 앉아 세계적 대재앙이 닥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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