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버스 고(故) 진기승 열사의 염원:
“억울한 해고가 없도록 똘똘 뭉쳐 투쟁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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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사측의 악랄한 탄압에 항의해 목을 맨 신성여객 버스 노동자 진기승 동지가 6월 2일 결국 운명했다. 고(故) 진기승 열사는 전북지역 버스 파업에 앞장섰다가 2년 전에 해고됐다. 신성여객 사측은 생활고로 괴로워하는 고인에게 온갖 회유와 협박으로 모멸감을 줬다.
그러나 진기승 동지가 목을 맨 다음 날 해고가 부당하다는 행정소송 판결이 나왔다. 원통하게도 고인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신성여객 노동자들은 고인의 자결 시도가 있던 날부터 투쟁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악질 관리자 처벌과 회장의 사과,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요구했다. 그리고 탄압을 방조해 온 전주시에도 책임을 물으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신성여객의 사업권을 회수하라고 요구한다.
민주노총 신성여객지회 조합원 90여 명은 14일 동안 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이 노동자들이 눈물로 호소하자,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도 이틀간 승무 거부에 동참했다. 이날 신성여객 시내버스는 단 한 대도 운행되지 않았다. 전북의 다른 버스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도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기업주들의 탐욕과 정부의 무능에 대한 분노가 만연한 가운데 벌어진 이 투쟁은 많은 공감을 얻었다. “전주시의 버스 문제는 지역의 세월호”라는 인식이 지역에 확산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압박을 느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단이 버스투쟁본부 지도부와 면담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면담 직후 버스투쟁 지도부인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공공운수노조·연맹 지도부는 승무 거부를 풀기로 결정했다.
전주시의 방기
고인의 동료와 가족들 앞에서 “내가 죽으라 했냐”는 막말을 서슴지 않은 신성여객 사측은 면담 후에도 책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신임 전주시장 또한 후보 시절 “직을 걸고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실질적 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마다 버스 회사들에 2백억 원을 지원한 전주시와 전라북도는 관리감독을 방기하고 진기승 동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전주시와 전북 버스 회사들은 해경과 청해진해운 사이”와 같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진기승 동지가 결국 사망하자, 분노한 신성여객 노동자들은 다시 승무 거부에 돌입했다. 경찰은 지방선거 당일 오전 노동자들을 연행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다행히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이런 탄압에 맞서 민주노총은 ‘진기승 열사 정신계승 노동탄압 분쇄 전북대책위원회’를 전국대책위로 확대·재편하고 투쟁을 이어 가기로 했다.
최근 사측은 부당해고와 진기승 동지 죽음, 노조 탄압에 대해 한마디 사과조차 없이 보상금 얘기만 흘리며 유족과 노조를 이간질했다. 그러나 버스투쟁 지도부는 사측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 인정 없이 투쟁을 끝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버스 공영제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악질 사업주 처벌과 전주시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은 더는 탄압으로 죽음에 내몰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다.
“다음 생에는 버스 기사가 대우받는 곳에 태어나고 싶다”는 고(故) 진기승 열사의 유언처럼, 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도 대폭 개선돼야 한다. 버스 노동자들은 격일제로 하루 15~18시간 일하면서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이것은 버스 안전도 위협한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악질 사업주의 사업권을 회수하고 나아가 버스 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은 엄청난 보조금이 사업주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고, 버스 요금 인하와 버스 확충, 노동조건 개선 등에는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 버스 공영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버스 공공성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