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생생한 증언:
“모두가 안전한 학교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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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설거지를 위해 받아 놓은 끓는 물에 화상을 입고 두 달 넘게 투병하다가 결국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었다.
이 사건이 알려진 뒤,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청과 정부 당국에 학교 안전 실태 점검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이어가고 있다.
6월 17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서울지부•경기지부•인천지부의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차별 없는 학교! 살인적 노동환경 개선 촉구! 교육감 당선자에게 바란다”란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현숙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전국급식분과장은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안전보다 비용을 중시하는 학교 급식실과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생생히 고발했다. 이현숙 분과장의 발언 전문을 싣는다.
저는 학교급식실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조리사 이현숙입니다.
저는 급식실에서 일하면서 매일 매일 아프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일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 마음은 지금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서울의 한 학교 급식실 선생님의 죽음은 제게 더 이상 ‘행복하게 일하자’ 라고 마음먹게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한 학교에서 일하는 분이 돌아가셨는데도 그 학교의 급식실은 동료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도 못하고 꾸역꾸역 밥을 했습니다.
학교 안에서 아이들에게 밥을 해서 먹이는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 저의 생각은 저만의 착각이었습니다.
학교 안에서는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인 밥하는 일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장 차별이 없어야 하는 학교이지만 가장 심한 차별이 있는 곳, 급식실의 조리종사원은 학교에서 밥을 만드는 선생님입니다. 기본이 무시되는 학교 현실에 분노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급식실은 25℃를 유지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급식실은 여름철에 18℃로 설정해 놓아도 절대로 28℃를 내려가지 않습니다.
더운 여름에도 위생모, 팔토시, 고무장갑, 앞치마, 장화,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조리종사자들의 여름철 체감온도는 70℃를 넘습니다. 급식실 안의 온도 유지는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일이 끝나고 땀에 젖은 작업복을 갈아입으려면 혼자서는 벗을 수 없어서 서로 벗겨주어야 합니다. 또한 급식실의 탈의실 겸용 휴게실은 매우 좁아서, 12명이 일하는 급식실의 휴게실이 3평이 채 안 되는 곳도 다반사입니다.
불과 물에 찌든 몸을 잠시라도 쉬기에 휴게실은 너무나 비좁고, 잠깐 쉬는 동안도 땀에 젖은 몸을 맞대고 쪼그려 앉아 쉬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칼, 가위 등 조리도구의 위험성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상상이 될 것입니다.
집 안의 주방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자상이나 찰과상 등의 재해 정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물이 뿌려져 있는 미끄러운 바닥 위를 뛰어다니다시피 하면서 조리를 하는 학교의 급식실에서 이 조리기구들은 무기와도 같습니다.
급식실의 매우 높은 천장과 후드를 최소 매주 1회 이상 청소를 하는데, 이곳을 청소하기 위해서는 사다리나 높은 곳을 올라갈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해야만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모든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혼자 작업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천장을 닦는데 사용하는 약품이 눈으로 들어가는 위험한 상황이 생깁니다.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조리하면서 생기는 소음들, 오븐, 압력 솥 등에서 나는 소리로 인한 난청, 반짝반짝 윤이 나게 청소하거나 위생을 위한 화학약품들은 항상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대량으로 조리하고 크고 무거운 조리기구들을 다루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음식을 해내기 위해 우리의 몸은 바빠집니다. 아이들의 시간에 맞추기 위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몸이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학교급식실의 근무환경과 건강을 조사한다고 하는 연구원이 조사하면서 급실실 조리종사원에게 ‘근로계약서를 쓴 거지 신체 포기 각서를 쓴 것은 아닙니다. 이제 말하십시오’ 라고 했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먹는 밥입니다. ‘내 아이도 학교에서 밥을 먹지’라는 생각에 내 몸 아픈 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람이 죽어도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면서 만들어진 밥이,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밥상이 될 것인지 의문이 됩니다.
더 이상 급식실의 안전을 두 번째의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인 밥을 하는 곳, 그곳의 안전이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 안전의 출발점이고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밥을 하는, 세상에서 정말 귀한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모두가 안전한 학교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끝까지 싸워서 급식실이 행복한 학교가 되게 할 것입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