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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공격 반대한다
종파 간 갈등은 미국 제국주의 개입의 쓰라린 결과다

  이 글은 6월 19일 노동자연대가 발표한 성명이다.

미국 정부가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의 세력 확장을 막겠다며 이라크에 군사적 개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해병대를 포함한 지상군 수백 명을 파병했고, 무인폭격기 등을 동원한 공습도 논의 중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진정한 의도는 종파 간 갈등 해소가 아니라 이라크에서 자국 위신이 추락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2003년~11년 점령 기간 동안 목숨을 잃은 1백만 명의 이라크인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이라크 민중이 신음하고 있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다.

ISIL이 이라크에서 종파 간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ISIL이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부보다 다른 혁명가들을 공격하는 데 더 열을 올리고 그 대가로 아사드 군의 공습을 면할 수 있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진정한 반제국주의 세력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미군의 공격 시도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미국 제국주의와 그 옹호자들은 이라크의 “고질적”인 종파 간 갈등 때문에 ISIL이 활개치게 됐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동맹 세력이 2003년~11년 이라크 점령을 통해 종파 간 갈등을 해소하려고 엄청난 돈과 노력을 들였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그래서 2011년 철군은 성급했고 지금이라도 다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뻔뻔한 거짓말이고 억지 논리다.

종파 간 갈등 부추기기

미국은 오히려 이라크에서 종파 간 갈등을 적극 부추겼다. 2003년 미국의 침공 전까지 이라크는 아랍에서 가장 세속적인(즉, 종교에 연연하지 않는)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당연히 종파 간 갈등도 거의 없었다.

미국은 전 세계적 반대 여론을 무시하며 이라크를 침공·점령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의 점령은 이라크인들의 전면적 저항에 부딪혔다. 일부 저항은 종교적 색채를 띠었지만 그런 경우조차 수니파와 시아파는 서로 단결해서 점령군에 맞서 싸웠다. 2004년 미군이 수니파 거주 지역인 팔루자에서 학살을 자행할 때, 수도 바그다드의 시아파들은 여기에 맞서 싸웠다.

그러자 미국은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을 적극 조장하기 시작했다. 저항 세력을 분열시키려고 시아파 중에서도 종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과 거래하며 이라크 정부를 수립했고, 수니파를 배제했다.

미국은 수니파의 저항도 분열시키려고 수니파 일부를 매수하는 등 분열 전략을 사용했다. 수니파 가운데 가장 근본주의적인 이슬람 교리를 따르는 ‘이라크 이슬람 국가’는 그때 탄생했다. ‘이라크 이슬람 국가’는 이웃 나라 시리아에서 2011년 혁명이 군사적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을 이용해 오늘날 ISIL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라크 민중이 분열 책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11년 아랍 혁명의 물결 속에 2012년 말 ‘이라크의 봄’이 시작됐다. 수니파가 다수인 팔루자가 다시금 선두에 섰고, 시아파 주요 성직자가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의 꼭두각시 정부인 말리키 정부는 이 운동을 잔인하게 분쇄했다. 그 운동을 분쇄했던 이라크 정부와 그 군대는 지독한 환멸의 대상이 됐다. 그래서 ISIL은 수적으로 훨씬 우세한 정부군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오늘날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종파 간 갈등은 미국 제국주의가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이라크인들의 저항을 탄압한 결과이다.

국제 반전 운동은 이미 10여 년 전 이라크 침공에 반대할 때부터 미군 점령이 이러한 비극으로 이어질 것이고, 최악의 경우 종파 간 내전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듯 보인다.(한국 정부도 자이툰 부대를 파병해 이런 비극을 낳은 점령에 일조했다.)

미국의 공격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병의 원인을 처방이라며 들이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의 군사 공격을 단호히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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