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 고조되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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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 고조되는 위기
외신에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려 있다.
이스라엘 총리 아리엘 샤론은 가자지구의 정착촌 철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여전히 가자지구의 국경선과 무역, 일자리를 통제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사이에 무역이나 고용에 관한 합의도 전혀 없다.
이스라엘의 정책은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감옥에 집어넣고 이들을 굶겨 굴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경제는 “현대 역사에서 최악인 곳 중의 하나”다. 가자지구의 실업률은 이미 70퍼센트에 이르렀으며, 이로 인해 빈곤 수준이 끔찍할 정도다.
이스라엘 병사들은 팔레스타인과 이집트의 국경선 부근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습격하곤 했다. 이러한 군사적 습격은 이스라엘의 어마어마한 군사력에 압도당한 팔레스타인 투사들에게 커다란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거의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존재한다 할지라도 부패와 연고주의에 물들어 있다. 이런 사실이 평범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부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전까지만 해도 강력한 거점이던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가자지구는 아라파트의 가장 강력한 정보기관이 있던 곳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하마스 같은 이슬람주의 조직의 투사들뿐 아니라 알아크사순교자여단처럼 자기 휘하의 무장 집단들에 대해서조차 통제력을 잃어 버렸다.
이스라엘은 협상 재개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투사들을 단속하고 가자지구를 진정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7월 중순 아흐마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쿠레이가 사임하고 싶어한 이유는 이스라엘의 요구와 팔레스타인인들의 전투성 사이에 끼여 운신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쿠레이는 이스라엘의 요구 조건 중 일부를 시행할 준비가 돼 있지만 이런 전략 때문에 평범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지지를 상실할 위험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가 쿠레이의 사임을 반려한 이유는 그 자신이 이스라엘의 요구를 수용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아라파트는 자신의 사촌인 무사 아라파트를 군 정보기관 책임자로 임명하려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무사를 싫어할 뿐 아니라 신뢰하지도 않고 있다. 왜냐하면 그가 가자지구 군 정보기관 책임자로 있을 때 반대파 활동가들을 고문하고 몇 달 동안 재판도 없이 구금했기 때문이다.
아라파트가 무사를 군 정보기관 책임자로 임명하려 하자 아라파트가 이끄는 파타운동의 무장조직인 알아크사순교자여단 소속 병사들조차 항의 시위를 조직했다.
시위 병사들은 난민촌으로 몰려가 “무사를 해임하고 개혁을 실시하라!”하고 외치며 군 정보기관 건물을 불태웠다.
이런 항의 때문에 아라파트는 무사를 군 정보기관 책임자로 임명하려는 계획을 접어야 했다.
야세르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여전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자신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심각한지 오랫동안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쇄하려면 가자지구 내 주요 세력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자지구는 지구상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또한 가자지구에서 매우 많은 사람들이 무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탱크와 장갑차를 보냈지만 모두 격퇴당했다. 이스라엘은 셰이크 야신 같은 하마스 지도자들을 암살했다.
만약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무너진다면, 이스라엘로서는 협상할 상대도 없어지게 되고, 투사들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도 없어지게 된다.
시한폭탄
이것은 이스라엘에게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그래서 최근에 세계은행 총재 제임스 울펜손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심각한 경제 위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으며, 군사적 분파의 호소가 대중적 지지를 얻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최근의 난국이 해결되지 않으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무너질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은 대화하기가 훨씬 더 힘든 가난하고 격분한 이웃과 대면할 것이다” 하고 보고했다.
2002년 3월에도 아리엘 샤론은 아라파트를 고립시키려 했었다.
이스라엘의 이런 행동은 중동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예멘에서 10만 명, 모로코에서 1백50만 명, 수단에서 1백만 명, 쿠웨이트에서조차 2만 명이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
이런 일들은 중동 전역의 분노를 더욱 심화시킨 이라크 전쟁 전에 벌어진 것이다.
샤론의 일방적인 철수 정책은 가자지구를 경제적으로 붕괴시키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영원히 봉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아라파트뿐 아니라 샤론도 정착촌 철수 정책에 대한 우파의 반발로 위기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전투적인 팔레스타인인들도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문 앞에 놓인 시한폭탄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위기가 초래할 압력을 완화할 메커니즘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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