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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민영화 = 병원 자본 배불리고 병원 노동자·가난한 사람들 공격하기”

 이 글은 보건의료단체연합 최규진 기획국장이 노동자연대 북부2지회가 주최한 모임에서 발표한 내용을 녹취·요약한 것이다. 의료 민영화의 배경, 문제점 등을 구체적으로 풍부하게 설명한 이 글이 의료 민영화 반대 운동 건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현재 한국 의료의 현실을 살펴보겠습니다.

표1. 전체 의료비 중 공공지출 비율(단위: 퍼센트)

출처: OECD Data 2007(일본은 2006년 자료)

멕시코 45.2
미국 45.4
한국 54.9
캐나다 70
이탈리아 76.5
독일 76.9
영국 81.7
일본 81.3*
OECD 평균 71.8

2012년 한국의 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중은 8퍼센트로 OECD 평균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중 공공지출 비율이 굉장히 낮다는 거예요(표1). 이 나머지가 거의 가계에서 직접 부담을 하는 민간지출이죠. 엄청나게 많은 돈을 가계 직접 부담으로 내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으니 굉장히 위험한 거죠.

더욱 문제는 한국에는 의료 공급자 통제 수단이 거의 없다는 거예요. 외국에는 총액계약제를 통해서 병원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의 한도를 정한다거나 보험진료와 비보험진료를 함께 섞지 못하게 하는 혼합진료금지제도 같은 게 있어요. 이런 장치들을 통해 의료공급자들이 함부로 영리적인 진료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죠.

한국에서도 보험 되는 진료일 경우 국민이 낸 돈으로 약 50퍼센트를 병원에 주잖아요. 국가가 의료공급자를 관리할 자격이 있어요.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이런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죠.

한국의 공적의료 체계가 그나마 유지되는 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의무가입제와 비영리법인병원 세 가지 때문이에요. 박근혜 정부가 이중에서 비영리법인병원을 치고 나온 겁니다.

한국의 공공병원 비중은 병원 개수로 따지면 4퍼센트 수준이고 병상 수로 따지면 10퍼센트쯤 됩니다(그림1). 이건 OECD에서 꼴찌 수준이에요. 미국만 해도 공공병원이 22퍼센트 수준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병원들을 통제하는 유일한 기제가 비영리법인 병원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비영리법인 병원은 설립부터 운영까지 세금이 투자가 돼요. 그래서 그나마 공공성이 유지돼 왔는데, 이제 영리병원화 하겠다는 겁니다.

정부는 ‘병원이 적자이기 때문에’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한 증권회사 자료를 보면, 대형병원들이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 몇백, 몇십 억 원이라고 제출했는데, 살펴보니까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나 법인전출금을 엄청나게 쌓아두고 있더라는 거예요. 대학에서 적립금 쌓아두는 거랑 좀 비슷하죠. 이렇게 쌓아 두면서 계속 적자로 보고하고 있어요. 그래서 계산을 제대로 하면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는 걸 알 수 있어요.(주요 대학병원 평균 순이익률 9.1퍼센트)

최근 1~2년 사이에 병원 순익률이 조금 떨어진 것은 맞습니다. 병원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이윤율이 하락한 상황이었거든요. 경제 위기 때문에 의료지출이 조금 감소된 상황도 맞물렸죠. 이걸로 병원 자본들이 하소연을 하니까 박근혜 정부가 나선 겁니다.

영리자회사: 의료 민영화의 핵심 고리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게 영리자회사를 설치해 주겠다는 거예요. 영리병원은 반대가 워낙 크니까 영리자회사로 돈 벌게 해 주겠다는 우회전략을 편 거죠. ‘비영리법인인데, 영리자회사 용인해 주겠다’ 하는 것인데, 이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과 뭐가 다른 건지 저는 납득이 안 돼요.

비영리법인병원은 병원에서 번 돈을 의료비로 책정된 것에만 투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영리자회사가 설립이 되면, 투자자가 생기고 그 투자자가 이윤을 정당하게 빼 갈 수 있는 구조가 된단 말이에요. 그리고 투자자를 받는다는 것은 주식상장을 할 수 있다는 말이거든요(그림2). 영리자회사가 주식상장을 하게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진짜 끔찍합니다.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하니까 시민·사회단체들이 엄청나게 반발했어요. 그랬더니 보건복지부가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저렇게 규제를 하겠다고 써 놨어요. 문제는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거예요. 장사를 하려는 사람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 놨으니까 장사를 시작할 텐데, 문제가 생겼을 땐 가이드라인으로 규제할 수가 없어요.

이번 가이드라인을 보면 영리자회사는 건립되면 30퍼센트 이상을 모병원이 지분소유하게끔 하겠다고 해요. 이렇게 되면 이 자회사가 적자가 되도 문제고 흑자가 되도 문제입니다. 적자일 경우 모병원이 이를 계속 메꿔 줘야 하는 거죠. 사실상 고의 파산도 가능하죠. 자회사가 적자를 보게 만들어서 병원에서 돈이 그리로 계속 빠져나가게 만들 수 있겠죠.

흑자가 나도 문제에요. 영리자회사가 흑자가 난다는 건 모병원이 그만큼 환자로부터 영리추구를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에게는 이로울 게 없어요. 그리고 더 멀리 보면 자회사는 병원 자본 상속 용도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비영리법인병원은 상속도 안되고, 파산시켜도 국가로 귀속되게 되는데, 이 영리자회사가 자본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줄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영리자회사의 특성은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체계 자체를 흔들 수 있어요.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여러 공적자금이 모병원에 투입되는데 이게 영리자회사를 통해 새나가게 된다면, 아예 영리병원 허용하고 건강보험체계 밖으로 빼자는 논리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죠.

부대사업 대폭 허용: 병원을 돈벌이 천국으로 만들기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만 해도 큰 일인데 정부는 병원들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늘려 놨어요. 지금도 휴게음식점, 제과점, 급식, 편의점, 슈퍼마켓 같은 것들은 의료법으로 허용이 되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목욕장업, 숙박업, 여행업, 국제회의업, 외국인환자유치, 종합체육시설업, 수영장업, 체력단련장업, 장애인보장구등 맞춤제조 같은 사업들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거예요.

진짜 대박인 건 건물임대업을 허용하고 이것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허용했다는 거예요. ‘그래도 이거는 안 된다’ 정도의 선만 그어 주고 나머지는 다 허용해 주는 거에요. ‘최소한 도박장은 들어오지 말아야지’ 하는 정도죠. 만약에 병원 건물 3~4층에 숙박시설을 만들어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종합체육시설업이나 수영장업, 체력단련장업, 장애인보장구등 맞춤제조를 병원 내에 부대사업으로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은 재활치료의 많은 부분이 보험 적용이 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병원에 보험 적용 안 되는 부대시설들이 들어오게 되면, 당연히 병원은 보험되는 시설을 줄이고 의사를 통해 환자를 부대시설로 유도하겠죠.

의료의 가장 큰 특성은 정보 비대칭성입니다. 의사가 얼마든지 비보험 영역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거예요. 과장일지 모르겠지만, 허용되는 부대사업에 “의류 등 생활용품 판매업”을 따로 명시해 놨던데, 병원비에 포함되어 있는 환자복이나 침대보 같은 것도 비보험으로 유도해 무슨 ‘옥 커버’, ‘황토 환자복’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

제일 먼저 공격받는 건 병원 노동자

영리병원이 되면 직접적인 가장 큰 피해자는 병원 노동자들입니다. 병상당 간호인력 비율을 보시면(그림3),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반도 안 되요. 중간병원 같은 데 가 보면, 야간당직의 경우 간호사 한 명이 환자 30명을 보는 데도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병원을 영리화시킨다? 투자자가 생긴다는 것은 이윤을 창출해 내야 한다는 거잖아요. 이윤을 뽑아내기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 뭐겠어요. 노동력이죠. 특히 병원은 가장 노동집약적인 곳이잖아요.

미국 비영리병원의 1백 병상당 평균 의료인력은 5백22명인데, 영리병원의 1백병상당 평균 의료인력은 3백53명이에요. 거의 2백 명이 적어요. 이윤을 창출하려고 노동자들 월급 깎고, 노동자 수를 줄이고,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한다는 거죠.

따라서 영리병원 문제는 시민 건강권 차원의 문제일 뿐 아니라 병원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의료 민영화가 되면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이 해로워질 것이라는 점도 명백하죠. 비보험 진료가 더 많아질 것이고, 병원 내에 들어 온 상업적인 시설들로 유도했을 때 비용 부담을 크게 느낄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겠죠. 이런 사람들이 병원 이용을 가장 먼저 줄이게 될 거예요.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일본이나 미국에서 공공의료 정책을 추진하는 걸 보면, 국가가 최소한 20퍼센트 정도의 공공병원에 강제적으로 실시를 하고 나머지 병원들에 확산시키는 거예요. 최근 늘고 있는 특발 전염병에 대한 대처도 마찬가지에요. 따라서 국가가 의료정책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공공병원을 늘리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주의료원 싸움은 굉장히 중요한 싸움이었다고 봅니다.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가? 의료 민영화는 아주 민감하고 휘발성이 큰 사안이에요. 이명박 정부가 2월에서 5월 촛불로 가는 그 사이에 교두보가 됐던 것이 의료 민영화 쟁점이었어요. 이명박의 대선 공약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였거든요. 그때 다음 아고라에서 의료 민영화 저지 서명운동이 있었어요. 한 달 만에 10만 명을 달성했었죠. 이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거예요.

이런 인식이 왜 중요한가 하면, 의료 민영화를 저지하는 데서 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들에게 이 투쟁이 대중의 굉장한 지지를 받는 운동이라는 점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노동자 투쟁 지지 활동과 함께 대중의 지지를 모아내는 작업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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