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 규탄 이주노동자 대토론회:
“우리의 퇴직금은 한국에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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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철회를 위한 공동행동’에서 주최한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 규탄 이주노동자 대토론회가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렸다.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는 시행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있는데, 이 제도는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받아야 할 퇴직금을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주노동자가 국내에서 사업장을 바꿔도 출국해야만 이전 사업장의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이 자리에는 네팔, 방글라데시, 버마,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 1백80여 명이 모였다. 토론회장에 자리가 부족해 야외로 장소를 옮겨야 할 정도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모였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미 열악할 대로 열악한 처지가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 때문에 더 나빠질 것이라는 사실에 분노했다.
사회를 맡은 소모뚜 버마이주민인권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는 우리에게 돈을 안 주려는 제도입니다. 저는 한국에 온 지 20년이 됐습니다. 20년 동안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똑같았습니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박봉의 사업장에, 그거마저 안 주려는 정부입니다".
다음은 네팔에서 온 노동자의 말이다.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는 반드시 철회돼야 합니다. 이는 노동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정책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우리는 퇴직금을 잘 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외국에 나가서 받는 것은 더욱 불가능합니다.”
베트남에서 온 이주노동자는 울분을 토해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해 번 돈을 허락도 없이 정부가 가져가려 한다! 우리는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 문제는 우리가 결정한다! 우리 권리 마음대로 결정하지 마라!”
토론회가 끝난 뒤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는 노동자다!”, "우리는 노동 권리를 원한다!", "한국에서 퇴직금을 달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까지 활기차게 행진했다.
‘차별 조장’을 ‘차별 시정’이라 우기는 정부
그런데 정말 황당하게도, 한국 정부는 6월 3일 ILO(국제노동기구) 총회 기준적용위원회에서 이 제도를 차별 시정 사례로 제시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 측 인사가 ‘해명’을 한답시고 한 답변은 더욱 가관이다. 노동부 국제협력담당관 장근섭은 “차별시정 사례로 밝힌 것이 아니라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로 밝힌 것”이라고 했다. 차별을 두면서 차별이 아니라는 논리는 황당무계하다.
정부는 ‘불법 체류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자본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체류기간은 제한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노동력 부족 해결을 위해 저임금으로 이주노동자를 혹사시킨 후 정착은 기필코 막는 제도다. 영주권 신청 가능 기간이 5년을 넘지 않게 하려고 4년10개월 체류만 허용하는 것은 치사한 ‘꼼수’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이주노동자들의 알량한 임금조차 삭감했고 직장 변경을 사실상 봉쇄해 버렸다. 이런 조건의 악화 때문에 미등록 체류는 더 늘어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불법 체류’ 엄단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보여준다.
이주노동자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는 7월 29일에 시행될 예정이다. 또 올해는 고용허가제 시행 10년이 되는 해이고 이주노동자들의 불만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들과 여러 단체들은 우선 이 악랄한 퇴직금 강탈 제도 시행을 막기 위해 서명, 1인 시위, 집회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투쟁에 적극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