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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가 의심스런 이유

케리가 의심스런 이유

알렉스 캘리니코스

존 케리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미국 제국주의의 훌륭하고 충실한 부하가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오랜 의심은 7월 29일에 사라져야 했다.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케리는 연단에 올라가 군대식 경례를 한 다음 이렇게 선언했다. “존 케리는 [대통령의] 임무를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공화당 우파의 기관지격인 《위클리 스탠더드》의 크리스터퍼 콜드웰은 케리의 연설과 민주당 전당대회 전체의 핵심 주제를 이렇게 요약했다.
“민주당이 미국의 방위력을 약화시킨다거나 미국의 가치를 배신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면서도 부시의 이라크 전쟁 수행 방식에 반대할 수 있는 신중하게 선택된 언어로 가득 찬 민주당식 애국주의.”
민주당은 부시를 반대했지만, 이라크 철군을 제안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케리는 미군 점령군의 규모를 늘리고 싶다고 공언했다.
더 일반적으로는, 7월 31일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듯이 “내용 변화가 아니라 색조 변화가 케리 외교 정책의 특징이 될 것이다.”
이 신문은 더 나아가 이렇게 주장했다. “그럴듯한 미사여구를 앞세우지만, 사실 케리의 선거 운동은 미국의 군사력 사용 문제에 대해 [조지 W 부시와] 마찬가지로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

미사여구

“일방주의”와 “다자주의” 중 어느 것이 최상의 태도냐를 둘러싼 논쟁은 미국 제국주의가 그 이익을 추구하는 최상의 방식에 대한 미국 지배계급 내의 전술적 견해 차이일 뿐이다. 민주당 지도부 가운데 제국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노움 촘스키를 필두로 가장 존경받는 미국 좌파 인사 중에 다수가 올해 대선에서 케리를 지지하고 있다.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은 훌륭한 영화지만, 무어 자신은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전 나토군 사령관 웨슬리 클라크를 지지한 바 있다.
외교 정책을 근거로 민주당을 지지하기는 힘들 듯하다. 클라크는 1999년 당시 민주당 소속 대통령 빌 클린턴이 발의한 유고슬라비아 공습을 지휘했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부시가 그랬듯이 클린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고민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민주당의 국내 정책이 공화당보다 낫다는 이유로 민주당을 선호한다. 〈Z넷〉의 마이클 앨버트는 이렇게 썼다.
“케리는 과거에 이룩한 진보적인 사회적 성과들을 소극적으로나마 지킬 것이고 충분한 압력을 받으면 [그런 성과들을] 약간 확장할지도 모른다.
“부시는 두번째 임기에서 지난 1백 년 동안 이룩한 진보적 사회 발전을 거의 다 가차없이 공격하는 전쟁을 벌일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은 정말 단편적이다. 클린턴 정부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들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클린턴 집권기에 세계무역기구(WTO)가 만들어졌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의회에서 통과됐다.

황당

안 그래도 군색했던 미국의 복지국가[사회보장제도]를 1996년 복지’개혁’법(Welfare ‘Reform’ Act)으로 파괴해 버린 자가 바로 클린턴이었다.
클린턴은 또, 연방 재정 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공공지출을 삭감하는 데서 공화당 소속 전임자들이나 후임자보다 훨씬 더 가혹했다. 케리의 경제자문들은 이런 긴축 정책들로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때문에 7월 30일 나오미 클라인이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케리에게 투표하라고 주장한 것은 정말 황당하다.
그녀는 여러 쟁점들에서 케리는 부시와 마찬가지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부시 일당을 악마화하는 데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차이는 케리가 이런 가혹한 정책들을 추진하면서도 그는 지적으로, 합리적으로, 재미있게 잘 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 때문에 나는 차악론자 진영에 가담했다. 케리처럼 따분한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만 우리는 대통령병을 끝장내고 다시 쟁점들에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차악론’이 미국의 좌파를 미국 제국주의의 두번째 정당에 계속 붙들어매 놓을 것이라는 점이다.
훨씬 더 좋은 것은 민주당으로부터 정말로 독립적인 좌파를 건설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랠프 네이더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지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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