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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지부의 보건의료노조 탈퇴 논란

서울대병원 지부의 보건의료노조 탈퇴 논란

이정원

최근 보건의료노조 서울대병원지부가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산별협약 제10장 2조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가 이 조항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공식 의결기관을 통해 차기년도 단체교섭에서 이를 삭제키로 결의하지 않는 한,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성 언론은 산별 탈퇴 문제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자기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산별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이것은 커다란 왜곡이다. 서울대병원노조의 핵심적인 주장은 이번 산별협약 중 10장 2조가 더 나은 노동조건을 쟁취하기 위한 개별 병원의 투쟁에 족쇄 역할을 하고 있고, 개별 병원들의 노동조건을 하향 평준화하는 효과를 내는 독소 조항이라는 것이다.
이번 산별협약 중 10장 2조는 임금, 노동시간 단축, 연·월차 휴가와 수당, 생리휴가의 경우 산별협약이 지부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우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병원 지부들이 보건의료노조 파업 이후 지부 교섭에서 이를 뛰어넘는 요구를 내놓고 파업을 지속하거나 투쟁을 벌여야 했다. 그리고 병원측이 산별협약 10장 2조를 들이대며 협상 자체를 거부해 이 조항이 부당하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서울대병원 지부뿐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의 9개 병원 지부도 10장 2조 폐지를 요구하는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산별협약 10장 2조는 병원측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억압하는 데 일조했다.
그런데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여건이 좋은 병원의 노조는 좀 양보하고 대신 노조의 단결력이 약하고 영세한 병원의 임금 등을 끌어올려 근로조건 격차를 줄이자는 게 산별교섭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주장은 여러 병원 지부들이 산별협약을 뛰어넘는 요구를 내놓고 투쟁한 것이 영세 병원 지부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인 양 비쳐지게 만든다.
그러나 영세한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도 여건이 좋은 병원 노조들이 양보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오히려 올해처럼 투쟁으로 산별협약 이상의 더 높은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내년 산별교섭을 위해서도 더 유리하다.
이런 점에서 이런 투쟁의 승리는 “교섭이 투쟁력을 바탕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산별노조 상층의 정치력과 교섭력에 의존하는 노사 관행으로 정착”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서울대병원 지부가 10장 2조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완전히 옳다.

적반하장

서울대병원 지부는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의 외면 속에서도 지난 44일 간의 파업을 통해 산별협약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고, 이 문제의식은 여러 병원 지부들에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병원 지부가 조건부 산별 탈퇴를 결정하자 보건의료노조는 “어렵게 얻어낸 산별합의를 무시하는 대형 병원 노조의 무책임한 태도”라며 분개했다.
그러나 10장 2조라는 배신적 타협을 한 지도부가 그에 반발해 탈퇴를 위협하는 산하 조직을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게다가 노동조합 결성의 권리에는 특정 노동자 집단이 기존 노조 조직에서 분리할 자유권도 포함한다. 서울대병원 지부에는 분리를 포함한 노동단체권이 있다.
다만 서울대병원노조가 자신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관철시키기 위한 전술로 조건부 산별 탈퇴를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않다. 왜냐면 보건의료노조는 약간의 타격을 받을지는 몰라도 한 병원의 ‘돌출적 행동’ 정도로 치부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전술은 현재 서울대병원노조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거나 공감할 수 있는 활동가들과 관계 맺기가 어려워진다는 약점이 있다. 다소 더디더라도 보건의료노조 내에서 공론화하면서 지지를―특히 지부간 수평적 지지―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