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백금 광산 파업 승리 이후 확대되는 파업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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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최대 노조인 남아공금속노조 조합원 22만 명이 7월 1일부터 전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주요 요구는 임금 12퍼센트 인상이다. 이 파업은 얼마 전 약 20퍼센트의 임금 인상을 성취하며 승리로 끝난 백금 광산 파업[본지 129호 ‘다섯 달 파업해 승리한 남아공 광산 노동자들’을 보시오]의 뒤를 잇는 투쟁이다.
남아공금속노조는 “기본[원칙]으로 돌아가기”를 백금 광산 파업 승리의 교훈으로 규정하며 단호히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남아공 노동부 장관은 노사 양측의 협상이 타결 직전이라고 했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파업의 영향을 받은 주요 산업 부문은 철강·자동차·건설이다. 이 부문들은 광산업과 함께 남아공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철강 산업은 남아공 제1의 제조업이다. 철강 산업은 2010년 기준으로 남아공 전체 제조업 생산량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한다.
자동차 산업은 남아공 4대 제조업의 하나로 남아공 국내총생산(GDP)의 6.8퍼센트, 총수출의 11.8퍼센트를 차지한다. 약 27만 8천 명이 자동차 산업에 고용돼 있다. 도요타, 폭스바겐, BMW, GM, 메르세데스-벤츠 등 세계적 자동차 생산 업체들이 남아공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이런 부문들에서 전면파업이 벌어지니 그 영향이 크다. 이번에 파업에 들어간 조합원 수는 남아공 금속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의 절반이다. 파업으로 작업장 1만 2천 곳에서 생산 차질이 생기고 있다. 파업 손실액이 하루 3억 랜드(약 2백83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파업으로 남아공 제조업 생산량의 3분의 1이 줄었다는 보도도 있다.
GM은 부품 공급이 달려 파업 사흘째인 7월 3일부터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BMW도 일주일 동안 조업을 중단했다.
이미 다섯 달 동안의 백금 광산 파업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남아공 경제에 이번 파업은 꽤 큰 타격을 입힐 듯하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경제가 힘들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면서 임금은 8퍼센트 정도 인상할 수 있지만, 그 전제로 신규 노동자 임금을 삭감하고 유연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남아공 금속 부문에서 일자리 25만 개가 사라졌다. 일부 노동자는 월급이 5천4백 랜드(약 51만 원)밖에 안 된다.
그래서 기업주들의 안이 노동자들을 만족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바로 지난달에 백금 광산 노동자들이 승리하는 것을 지켜봤다.
남아공노동조합연합 COSATU(코사투)는 남아공금속노조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코사투 사무총장은 경제가 위기인데 파업이 웬 말이냐는 기업주들의 얘기를 반박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 체제의 잘못에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그동안 사실상 정부와 같은 입장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억누르던 태도에서 크게 바뀐 것이다.
한편, 남아공 국유 발전 기업인 에스콤(Eskom) 노동자 1만 6천 명도 파업에 돌입할 분위기다. 여기서도 노동자들의 주요 요구는 임금 인상이다. 에스콤은 남아공 전력의 95퍼센트를 담당한다. 여기서 파업이 벌어지면 그 여파가 상당할 것이다.
에스콤은 필수공익사업장이라 파업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불법 파업도 불사하려 한다.
에스콤 노조가 소속된 전국광원노조(NUM) 사무총장은 노동자들의 정서를 전했다. “남아공에서는 의사도 파업할 수 있는데, 왜 에스콤 노동자들은 안 되는 것입니까? 지금 조합원들은 화가 나 있습니다. 에스콤은 시한폭탄 위에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백금 광산 파업의 승리 후, 더 길게 보면 2012년 마리카나 투쟁 이후 남아공 노동자들은 점점 더 전투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대담하고 단호한 투쟁으로 승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