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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교육평론가 이범의 〈한겨레〉 칼럼 비판:
‘남(정부)의 탓’을 묻지 않고서 ‘학교개혁’이 가능한가?

〈한겨레〉 논설위원 김의겸 씨는 6월 25일자 ‘전교조 변해야 산다’라는 칼럼에서 사실상 전교조에 투쟁을 자제하라고 권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진보교육감을 도와 진보적 교육 실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전교조 해직교사 송원재 씨와 대학생 이준희 씨 등이 곧 이를 반박하는 좋은 글을 올렸다. 이 논쟁에 7월 9일 교육평론가 이범 씨(이하 존칭 생략)가 ‘이런 전교조 저런 전교조’라는 칼럼을 써 전교조는 ‘가만히 있으라’는 대열에 합류했다.

교육평론가라는 사람이 교육현장을 정말 이렇게까지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범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교육제도(입시제도, 대학 체계)와 현장의 교육 문제를 억지로 떼어 “남 탓하기”와 “우리부터 바꾸기”로 구분하고 있다. 이범은 “남 탓”할 게 아니라 ‘수업개혁·학교개혁’을 통해 “우리부터 바꾸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일제고사가 실시되고 있는데 한 학교에서만 또는 한 명의 교사만 일제고사 내용과 상관없이 '수업개혁'을 할 수 있을까? '학교개혁' 위해 학교의 문제를 고발했다가 해고당한 교사를 방어하지 못하면, 어떻게 우리 학교부터 바꾸는 "우리부터 바꾸기"를 계속할 수 있단 말인가?

일제고사와 다른 체험학습이란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주려다 해직당했고 투쟁을 통해 복직했던 정상용 초등교사가 주입식 교육을 바꾸는 ‘수업개혁’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을 이렇게 얘기했던 게 기억난다. 입시가 굉장히 중요한 사회에서 ‘수업개혁’은 한계가 있다며, 초등학교에서 시험과 관련 없는 대안교육을 하다가 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중고등학교에서 입시 공부에 적응 못하면 어떻게 책임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범은 교육제도 문제와 '수업개혁·학교개혁'을 억지로 떼어내며 "우리부터 바꾸기" 전술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저런 정책을 밀어붙이는데, "우리부터 바꿔서" 어떻게 이범 자신도 반대한다는 정책을 막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일제고사가 진행되는데 홀로 '수업개혁'을 하면 대체 어느 국민들이 알고 감동받아 일제고사를 막아주겠는가?

실천에서 이런 주장은 사실상 투쟁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단체로서의 전교조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교사로 있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초등 일제고사를 막은 것은 개인의 실천뿐 아니라 전교조의 단호한 일제고사 반대 투쟁 덕분이었다. 혁신학교에서 조금이라도 덜 경쟁적인 교육을 가능케 하려면, 자율형 사립고와 특목고 같이 경쟁을 부추기는 학교를 없애야 한다.

학교에서 근본적으로 ‘우리가 솔선해서 뭘 바꿔보자’면, “우리부터 바꾸자”며 개인의 실천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개악의 주체인 ‘남(정부)의 탓’을 널리 알리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