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방은 격동의 중심에 서 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안전관리체계의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당연히 대한민국 유일한 재난 전문기관이라 할 수 있는 소방 조직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해 재난 대응 업무를 통합하고 안전행정부의 외청으로 있던 소방방재청을 해체해 국가안전처의 소방본부로 편입한다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여러 분야로 분산돼 있는 재난 대응 업무를 한 곳으로 통합한다는 취지를 들으면 외견상으론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사실상 모든 재난 현장에서 주도적 구실을 해 온 소방방재청이 해체될 위기에 처해 버린 것이다.
이에 소방공무원들이 무거운 방화복을 입고 광화문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소방관들은 소방방재청 해체가 아니라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주장한다.
소방공무원은 국가직 공무원이 아니고 (특별·광역)시·도 소속 지방공무원이다. 전체 소방공무원 3만 9천5백19명 중 국가직은 3백2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지방공무원이다. 국가직은 현장대원보다는 소방방재청에서 행정을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실질적으로 현장에 투입되는 대원들은 모두 지방직 소방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다.
재난 현장에서 생명을 지키는 실질적 구실을 하는 것은 지방소방공무원이고, 세월호 참사에서 봤듯이 결국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줄 사람은 이들이다. 따라서 현장이 무너지면 이 나라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없다. 지방소방조직의 변화 없이 재난컨트롤타워만 변해서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소속이다 보니 소방예산의 98퍼센트를 지방정부가 충당해야 한다. 그래서 지방재정 자립도에 따라 지역마다 소방 여건이 천차만별이다. 모두가 균등하게 보장받아야 할 안전 서비스가 지역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방공무원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안전장비를 사비를 들여 구입해야 하고 소방장비의 노후화율이 전국 21퍼센트에 이르며, 인력이 부족해 혼자 근무하며 화재를 진압하기도 한다. 그래서 소방공무원들의 평균 수명은 58세이고, 최근 5년 동안 29명의 순직자와 1천6백26명의 공상자가 발생했다.
국민의 안전은 둘째로 하고 소방관 개인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소방공무원들이 국가직화를 외치는 이유다.
소방공무원들은 스스로 반문한다. 왜 이런 환경에 놓일 때까지 스스로 개선하지 못했을까?
소방공무원에게는 노조는 물론이거니와 직장협의회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다. 2006년에 소방공무원들은 단결권 확보를 위한 헌법소원을 냈는데, 법원은 “소방공무원은 법으로 두텁게 복지를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단결권 제한은]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세계노동기구(ILO)는 수차례 대한민국에 소방공무원의 단결권을 허용하라고 권고했지만 정부는 듣지 않고 있다.
결국 소방공무원들은 궁여지책으로 소방발전협의회라는 동호회 형식의 카페를 2006년 5월에 개설했다. 지금까지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과 조직 발전, 국민 소방’이라는 슬로건 아래 싸우고 있다.
소방공무원의 싸움은 흡사 재난 현장에서 목숨을 내놓고 위태롭게 화마와 싸우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걸고 희생하는 만큼 소방공무원들에게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인 단결권이 허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