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내가 경험한 민영화된 미국 의료 시스템:
가난하면 결코 아파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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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싹한 미국인들은 유학생이던 나와 친해질 때마다 한국이랑 미국이랑 어떻게 다른지 또 어디가 더 좋은지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두 나라의 의료 시스템을 비교해서 이야기해 주고는 했는데 덕분에 미국에서 일어나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구급차 이용 요금 3백만 원
우선 이미 유명한 미국의 앰뷸런스에 대한 일화다. 학업을 마치고 마리아나
앰뷸런스 이야기 하나 더. 간호사가 되려고 공부하는 조단
다음 내가 겪은 일은 민영화된 의료의 왕국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비쌀 뿐 아니라 느리고 불편하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지난해 가을 나는 잇몸에 문제가 생겨서 아프고 무서웠다. 돈도 없고 가입 된 보험도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원, 한국으로 치면 보건소 같은 곳을 찾아냈다. 오후에 첫 방문을 했는데, 검진을 받으려면 그 병원에 먼저 등록을 해야 하는데 등록은 아침에만 하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오라더라. 수업이 없는 날을 기다려 안내받은 대로 일찍 갔더니 진료인력이 감당하기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7시에 병원문이 열리면 그 전부터 줄을 선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준다더라. 난 그 번호표가 다 나간 후 병원에 갔고 그래서 또 진료받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 내 잇몸 염증은 다 나았다. 말 그대로 내 몸의 치유능력이 미국의 서민의료시스템보다 빨랐던 것이다. 아픈 것은 나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을까 걱정돼 일찍부터 줄 서서 그 등록이라는 것을 했다. 그런데 그 병원을 이용하기 위해서 내 신분과 소득수준, 그러니까 너무 많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혀 없지도 않은 수준의 소득이 있다는 것을 지난해 낸 소득세 영수증과 월세 얼마짜리의 집에 사는지가 나오는 계약서 따위로 증명해야 했다.
기다림의 연속
잇몸 사건을 겪은 후, 그냥
나는 기침이 심해서 3월 초에 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그로부터 2주쯤 뒤인 3월 19일에나 의사를 볼 수 있었다.
어쨌든 병원에 갔더니 결핵이 의심된다고 X-ray를 찍으라고 하고는, 또 그 병원 그리고 내 보험과 연결된 방사선과의 주소를 줬다. 그 병원에서 8킬로미터, 그러니까 서울로 치면 고려대에서 연세대쯤 되는, 전혀 가깝지 않은 곳에서 X-ray를 찍어오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병원을 떠나며 또 가장 가까운 날에 예약을 잡으니 그것이 3월 29일이었고, 나는 그날부터 약을 타먹을 수 있었다. 정리하면,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의사를 보려고 시도한 지 약 한 달 만에 나에게 필요한 약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주 나는 똑같은 약을 받으려 서울의 한 보건소를 찾았다. 번호표 뽑고, 간호사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보건소 지하에서 X-ray를 찍고, 2층에서 피 뽑고, 1층에서 의사와 진료하고 약까지 받는 데 48분이 걸렸다. 그리고 한 푼도 안 냈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아프다고 하면, 일을 하시던 엄마는 늘 병원에 가라고 하셨다. 위로를 구하는 아이에게 하기에 다소 쌀쌀맞은 말이었다고 생각해 왔는데, 지금 생각하니 가난하기는 했지만 아들에게 그렇게 대답할 수 있었던 울엄마의 사정이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한국의 공공의료가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나도 안다. 분명한 것은 미국 민중의 처절한 삶에 비춰볼 때, 의료 민영화는 우리가 결코 걷지 말아야 할 길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