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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장기호황이 소득 주도 성장 덕분이었는가?

신자유주의 정책이 추진되면서 빈부격차가 자본주의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으로 벌어지자 이를 완화하려는 시도들이 제안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저소득층의 소득(임금을 포함한)을 늘리는 것이다.

최근에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면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소득(또는 임금) 주도 성장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론에 따르면, 기업의 총수익이 고정적이라면 임금 증가는 이윤을 감소시키겠지만, 노동자들이 임금 증가분만큼 소비하므로 기업 매출이 늘어난다. 이것이 가속도 효과를 내면서 임금 상승으로 인한 이윤 감소분보다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준다.

반대로, 소득 분배 악화로 인한 불평등 심화는 총수요 감소를 낳았고, 이것이 경제 성장(즉 자본축적)을 저하시켰다. 결국 소득 주도 성장론은 유효수요 부족으로 경제 위기가 온다는 과소소비론의 변형판인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론 주창자들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장기호황이 정부의 재정적자와 복지 지출 덕분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이론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장기호황 기간에 정부가 경제에 개입했던 주된 목적은 호황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제2차세계대전 때 치솟은 미국의 국가부채는 1950~60년대에 꾸준히 감소했다.

서유럽의 장기호황을 분석했던 한 마르크스주의자는 “케인스주의가 서유럽의 장기 호황에는 거의 아무 구실도 하지 못했으며, 미국에서는 제한적 구실만 했다”고 결론지었다.

물론 장기호황기에 실질임금이 오르고 사실상 완전고용이 이뤄졌다. 이는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국가가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지출을 늘렸다. 특히 모든 선진국에서 장기호황기 동안 교육비 지출이 늘었고, 그 외에도 노령연금이나 실업급여가 제공됐다. 노동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자본주의 국가는 생산성을 국제 수준에 맞게 유지하기 위해 노동력을 육성하고 보호하기도 해야 했다.

군비 지출

하지만 이런 ‘노동비용의 사회화’는 개별 자본가들에게는 비용을 증대시키는 부담이었다. 호황기에는 이런 비용이 자본가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았지만, 호황의 동력이 약해지기 시작하면서 복지 비용은 자본가들에게 성장을 자극하는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무거운 부담이 됐다.

이 때문에 국가와 자본가들은 성장률이 낮아진 시대에(1970년대 말 이후) 임금과 복지를 억제하는 데 혈안이 됐던 것이다.

요컨대, 장기호황 때 완전고용과 복지 확대는 높은 성장의 결과였지, 원인이 아니었다.

전후 장기호황의 주된 동력은 미국의 군비 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었다. 군사비라는 낭비적 지출은 유효수요를 증대시키는 동시에, 생산적 부문에서의 투자 증대를 억제함으로써, 고용된 노동력 대비 투자의 비율이 올라가는 것을 억제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냉전과 함께 군비 지출이 급증해 1950~53년에는 GNP의 13퍼센트가 됐고, 1950년대와 1960년대 내내 6~7퍼센트를 유지했다. 이런 높은 수준의 군비 지출 때문에 미국에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은 군비 지출이 낮았던 유럽에 비해 훨씬 낮았다.

소득(특히 임금) 주도 성장론은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보는 논리다. 자본 축적이 진행되면서 그에 따라 노동소득이 증대되는 것(필연적이지는 않지만)이지, 노동 소득이 증대해 자본 축적이 활성화 되는 게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성장(축적)을 촉진하는 결정적 요인은 이윤율이지 임금소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축적률이 독립변수이고 임금률은 종속변수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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