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서울구치소는 양심수 조익진 씨에게 자행한 고문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부당한 징벌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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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구치소에서 수용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던 양심수가 고문까지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이곳에 수감 중인 조익진 씨가 피해자이다.
그래서 7월 29일 서울구치소 앞에서 ‘공안탄압 반대, 양심수 석방과 사면, 복권을 위한 공동행동’을 비롯한 20여개 인권·사회단체들이 이와 관련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아래 글은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이다.
한국 최대 교정시설인 서울구치소에서 수용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던 양심수가 고문까지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이곳에 수감 중인 조익진 씨가 그 피해자다. 그는 올해 3월 17일, ‘양심적 병역 거부’건으로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된 후 ‘쌍용차 해고자 복직투쟁’ 연대 건으로 재판을 받아 왔다.
조 씨는 7월 17일부터 조 씨가 ‘감옥 인권 보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두 번째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서울구치소는 이 날 사동을 순시하던 보안과장 앞에서 수용자 처우개선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는 이유로 기동순찰대(C.R.P.T)를 동원하여 그를 징벌조사실에 가두었다. 뿐만 아니라 수갑과 머리 보호대, 사슬처럼 생긴 금속 허리 보호대, 발목 보호대 등 4가지 계구(보호장비)들을 몸에 부착시킨 채 무려 30시간 동안, 압박 강도를 높여가며 사실상 고문을 자행했다. 교도관들이 당시 허리 보호대를 얼마나 꽉 조였는지 조 씨는 “끔찍한 통증으로 호흡이 가빠지고 내장이 조여들어 앉지도 못하고 서 있어야만” 했고, 강하게 졸라맨 머리 보호대 때문에 “턱 밑에 물집이 잡히고 또 터져 피딱지까지 말라 붙”었다고 한다. 그들은 다음 날 오후까지 이런 식의 고문을 계속하면서 “바깥에 알리지 말라”, “식사를 하고 생활 잘 하겠다고 약속하면 풀어주겠다”고 협박을 계속했다.
조 씨는 고문에도 굴복하지 않고 “감옥 인권과 사회 진보를 위한 험난한 길의 한 줌 밀알”이 되겠다며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13일째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6월에도 수용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12일 동안 단식 투쟁을 벌인 바 있다. 거듭되는 단식 투쟁의 직접적인 원인은 서울구치소의 열악한 환경과 수용자 인권을 무시한 자의적인 행정 관행에 있다.
6월 말 소측은 조 씨의 단호한 투쟁과 연대 단체들의 지지, 동료 수용자들의 동조단식 등에 압력을 느껴 “조사실 수용 과정에서 과도함이 있었다”며 사과했고, 단식 투쟁을 벌이면서 요구했던 수용자 처우 개선 사항도 대부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후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점검시 관복 탈의’문제만 해도 6월 19일 보안과장 면담 과정에서 ‘7월 10일 전후로 시행 하겠다’고 약속했고, 7월 3일 사동 순시 중이던 소장도 “전부터 시행해오던 것이 있으니 곧바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소측의 약속을 믿었던 조 씨는 7월 10일부터 점검시간에 관복을 벗고 런닝셔츠와 반바지만 입었다. 그런데 기동순찰대(C.R.P.T) 교도관들이 찾아 와 징벌조사실에 가두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동순찰대의 사동 순찰과 검방을 자제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뿐만이 아니라 6월 23일 1차 단식 투쟁을 마무리한 직후부터 교도관들의 이해할 수 없는, ‘감정적인 보복행위’도 일어났다.
교도관들은 운동시간에 땡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 조 씨를 방치하고는 자리를 비우거나 시간이 다 돼서 들어가겠다고 해도 들여 보내주지 않았다. 장기간 단식 투쟁을 했기 때문에 건강을 회복하려면 단식 일수만큼 복식을 해야 하는 데, 갑자기 죽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 밖에 서신을 지연 발송한다거나 필요한 생활용품을 갖다 주지 않는 등 야비한 보복성 괴롭힘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 씨는 건강 악화를 무릅쓴 채 2차 단식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소측은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고 조 씨에게 사과하기는커녕 적반하장 논리로 불법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조 씨가 징벌조사실 수용을 거부하고 사동 안에서 ‘소란’을 피웠기 때문에 그를 ‘보호’하고 ‘소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고문(30시간 동안 불법 계구 착용)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변명하지 않나, 고문 과정(계구 부착 과정)에서 발생한 교도관의 경미한 부상을 빌미삼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1995년 한국 정부가 비준한 ‘국제고문방지협약’에 따르면 “공무원이나 그 밖의 공무 수행자가 직접 또는 이러한 자의 교사 동의 아래.......개인에게 고의로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고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호장비’ 착용과 관련된 현행법(형집행법 제97조) 규정과 대법원 판례들에 비춰 봐도 서울구치소 교도관들의 불법적인 계구 사용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고문이다.
이것은 비단 서울구치소 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교도소에서 허술한 형집행법의 맹점을 이용해 유사한 고문 행위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교도소 안에서 증거 인멸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기에,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수용자도 인간이기에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인권이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 향상을 위해 오래 동안 투쟁해 온 우리 인권, 사회단체들은 서울구치소와 교정 당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
1. 서울구치소장은 불법 계구 사용 피해자인 조익진 씨에게 사과하고 부당한 징벌 시도를 중단하라!
1. 서울구치소장은 조익진 씨가 2차례나 단식 투쟁을 불사하며 요구한 수용자 처우 관련 문제점들을 즉각 개선하라!
1. 교정 당국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자의적인 징벌 남용과 계구 남용 사례들을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자들을 엄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라!
‘서울구치소 불법 계구 사용 규탄 및 수용자 인권 개선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