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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침해받는 시민적 자유

더욱 침해받는 시민적 자유

경찰은 지난 8월 12일 “공권력 확립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불심검문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는 당사자가 거부할 경우 강제로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신분증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동행요구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동안 경찰은 이 법을 무시하다시피 하고 불법 불심검문을 일삼아 왔다.
경찰은 불심검문을 할 때 자신의 신분을 알리지 않고(82.9퍼센트) 검문 목적도 알리지 않은 채(77.5퍼센트), 소지품을 빼앗거나 직접 개방했고(17.3퍼센트), 임의동행을 요구할 때 이유(78.3퍼센트)와 장소(91.3퍼센트)를 알려주지 않았다.(《불심검문의 실태와 개선방안》,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그래서 김영삼 정부에서조차 “이런 형태의 불심검문은 시민에 대한 인권 침해의 전형으로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2000년 행정자치부 국정감사 예산정책국 자료) 그런데도 경찰은 오히려 이를 합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종합대책”에는 총기규제 완화 조치와 CCTV 설치 확대 계획도 포함돼 있다.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나던 15세 소년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일이나 검문에 응하지 않는 차량에 총을 쏴 대형 사고를 일으킨 일들은 경찰의 총기규제 완화가 불러올 비극을 보여 준다. 경찰이 쏘는 총알은 흉악범과 일반 시민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종종 총을 든 경찰관들 자신이 강도·살인 사건을 저질러 흉악범죄의 주역이 되곤 한다.
강남경찰서와 강남구청은 272대의 감시카메라를 거리 곳곳에 설치한 데 이어 1백 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서울시장과 자치구청장들은 이를 서울 전역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유영철 사건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이런 감시카메라는 범인 검거와 범죄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24시간 감시카메라로 거리를 촬영할 경우 개인들에 대한 무차별한 정보가 수집[되고] … 개인 정보를 해당 개인의 승낙이나 동의 없이 수집·저장하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대한변호사협회)
모든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가정하고 “경찰력이 범죄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이론적으로는 당연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론이 도입된 18세기 이후 지금까지] 이에 대한 경험적 연구는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기광도, 《형사정책연구 제12권 제4호》)
경찰이 바라는 사회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24시간 카메라가 감시하는 길거리에서, 언제든지 총을 사용할 수 있는 경찰을 만나, 강제로 소지품 검사를 당하고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연행될 수 있다.
경찰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렇게 사회 전체에 억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이다.
장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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