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책임 규명에 진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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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이 사망한 세모그룹 전 회장 유병언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그 개인에게 거의 모든 책임을 돌리고, 진실과 자신의 책임을 은폐하려 대대적인 ‘검거 쇼’를 벌인 박근혜 정부는 체면을 구기게 됐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야합한 ‘짝퉁 특별법’ 통과도 결국 무산됐다. 박근혜의 국면 전환 시도가 뜻대로만 흘러가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짝퉁 특별법’의 골자는 상설특검법에 따라 임명한 특검에 진상규명 책임을 맡기고, 조사위원회에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30여 일 동안 곡기까지 끊으며 항의한 유가족의 염원을 완전히 짓밟은 것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총회를 열어 야합을 거부하고 계속 싸우기로 결정했다. 유가족의 단호한 태도에 지지가 이어졌다. 한신대 학생들은 박영선 의원 사무실을 점거했다. 유가족의 입장을 지지하는 선언과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8월 9일 광화문 광장 집회에도 수천 명이 모였다. 두 당의 야합은 사람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큰 분노에 직면한 새정치연합이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을 파기하기로 결정했지만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듯하다.
8월 12일부터 시작된 ‘416 농성’에는 영화계·종교계·학계 등 다양한 부문의 참가가 이어지고 있다. 하루 평균 1백50명이던 농성자 수는 1백 명 넘게 늘었다. 용산 참사 유가족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등 무자비한 국가 폭력에 고통받은 사람들과 건설·언론 노동자들도 함께 나섰다.
교황방한준비위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을 순 없다”며 광화문 시복미사 날에도 유가족 농성장 철거를 요구하지 않고 유가족들의 투쟁을 존중하기로 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기로 한 것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교황은 한국에 도착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첫 마디를 꺼냈다.
저들만의 ‘골든타임’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희생자들을 잊은 지 오래고, 국면 전환에만 혈안이 돼 있다. “유가족 뜻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던 박근혜의 말은 위선이었을 뿐이다. 새누리당 안홍준은 단식 중인 유가족들에게 “제대로 단식 했으면 벌써 실려가야 했을 것”이라며 막말을 했고, 국회의장 정의화는 더는 국회 농성을 허용할 수 없다며 협박했다.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연좌에 돌입한 유가족들을 경찰이 우악스럽게 끌고가다 유가족이 실신하는 일도 벌어졌다.
최경환을 경제부총리에 앉혀 ‘서민 살리기’로 포장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자 박근혜는 8월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실상 세월호 특별법을 빨리 정리하고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재촉했다.
7·30 재보궐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극단적 소심함 때문에 패배한 것을, 새누리당은 ‘민생 경제를 살리라는 뜻’이라고 선전한다. 우파 언론들은 세월호 특별법안 때문에 경제 활성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며 거든다. 이들에게 ‘민생’은 서민 생계를 뜻하는 게 아니라 재벌의 이윤 획득을 뜻한다.
2기 내각의 경제활성화 대책을 뜯어보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일으킬 것이라는 의료 민영화를 비롯해 각종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 주택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득하다.
7월 22일 민주노총 소속 일부 노동조합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의료 민영화 저지, 공공기관 가짜 정상화 분쇄 등 노동자 계급의 당면 요구를 함께 내놓고 하루 동맹 파업을 벌였다.
조직 노동자 운동 전체가 전면적이고 지속적인 파업과 시위 행동을 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양보를 얻어 내는 결정적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