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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주차관리 노동자 고용승계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8월 20일, 건국대학교 주차관리 노동자들이 정든 일터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났다. 학교 당국이 주차 관리업체을 변경하고 무인정산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학교와 새로 주차관리 계약을 맺은 업체는 KT텔레캅인데, KT텔레캅은 다시 다래파크텍이라는 업체에 재하청을 줬다. 그리고 학교 당국과 KT텔레캅, 다래파크텍 모두 고용 승계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다래파크텍은 기존 27명의 주차관리 노동자들을 전원 해고하고, 신규로 8명을 선발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학교 당국은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뻔뻔스럽게 회피하고 있다. 8월 18일에 있었던 학교 총무처장과 노조 사이의 면담에서 총무처장은 이 문제가 학교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하지만 이 사태의 진짜 책임자는 학교 당국 자신이다. 업체 변경을 시도한 것도, 무인정산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 것도 학교 당국이기 때문이다.

또 건국대 당국은 주차관리 운영을 위해 용역업체들에게 〈과업지시서〉를 배부해 왔다. 〈과업지시서〉는 노동자들의 근태 관리, 교육, 고용 형태 등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고용, 업무 규율 등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는 ‘진짜 사장’이 건국대 당국이라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로 조직돼 있는 주차관리 노동자 12명은 학교에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며 8월 18일부터 대학 본부인 행정관 로비 농성을 시작했다.

8월 19일에는 농성장에서 서경지부 소속 여러 대학 분회 조합원들과 건국대 학생들 등 3백여 명이 주차관리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 투쟁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이봉오 건국대 분회장은 “학교가 고용승계 입장을 확실히 할 때까지, 12명의 조합원이 똘똘 뭉쳐 끝까지 단호하게 투쟁하겠다”고 밝히며 결의를 굳건히 다졌다. 홍익대분회 박진국 부분회장은 3년 전 홍익대에서의 노조 탄압 사례와 건국대에서의 대량해고 사태가 닮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노동자들 자신이 단호하게 투쟁한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건국대병원에서 행정관까지 기세 좋은 행진을 이어가며 서경지부 조합원이 단 한 명이라도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노동자들의 면담 요구에 응하지 않던 KT텔레캅은 이날 집회 직후 대화에 나왔다. 그러나 협상에서 KT텔레캅은 고작 2명의 노동자만 재고용하겠다며 노동자들을 우롱했다.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농성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건국대 하계 졸업식이 있는 22일에 서경지부는 다시 규모 있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간접고용

한국 사회에서 저임금과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진짜 사장이 하청업체를 통해 통제력을 유지하며 노동자들을 싼값에 부려먹으면서도, 책임은 회피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이런 자신의 조건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하고 투쟁하고 있다. 또, 사회 정의를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연대했고,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삼성의 76년 무노조 신화를 깨뜨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건국대학교 주차관리 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전체 간접고용 비정규직 투쟁의 일부다. 건국대학교 주차관리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