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유발자들 ―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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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이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 7·30 재보선 패배로 등장한 이후 채 두 달도 넘기지 못했다. 박영선이 비대위원장으로 한 일이라곤 세월호 유가족들을 조금 위로하다 뒤통수를 친 것뿐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 말이다. 그래 놓고는 세월호 특별법을 위한 장외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정치발전위원, 자유선진당 창당기획위원 등으로 활동한 이상돈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다. 문재인도 이상돈을 설득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간 새정치연합은 새 정치, 민주주의 어느 것 하나와도 관련이 없는 정당임을 드러냈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무용지물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그간 행보는 진보 측 경쟁자가 사실상 없는 틈을 타 보수 쪽의 지지도 얻어 보겠다는 심산에서 나온 듯하다. 그 당은 2012년 총선 이래 선거에서 줄줄이 패배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의료 민영화 강행, 서민 증세 등으로 박근혜의 지지율이 떨어져 왔지만 새정치연합은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심판 세력을 자처해도 도통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다.
어정쩡하게 투쟁에 발을 걸쳐 놓고는 “장외투쟁”을 외치다 슬그머니 돌아가는 일들을 반복했다. 게다가 과거 집권기 당시의 새정치연합의 전력은 박근혜 정부에게 반격의 빌미를 주곤 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결정적 순간에 운동의 뒤통수를 치며 새누리당과 정부를 위한 산소호흡기 구실을 해 왔다.
이는 근본적으로 새정치연합이 노골적으로 친자본주의적인 정당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세부적 수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본주의 체제를 구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에는 합의할 수 있다.
그래 놓고는 선거 패배의 원인을 투쟁 탓으로 돌리기 일쑤였다. 우경화는 ‘국민 공감’ 운운하며 제안되는 선거 승리의 해법처럼 제시되곤 했다.
이런 실용주의적이고 배신적 행태는 여권이 정치적 지형을 오른쪽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에 뜻하지 않게 힘을 실어 주게 된다.
박영선이 물러났지만 새정치연합의 방향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새정치연합은 당 내 우파로 꼽히는 문희상을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혔다. 문희상은 열린우리당 시절에도 사립학교법, 국가보안법 개정 등에 브레이크를 건 자다. 추대된 다음 날,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주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아마도 새누리당이 국회 개원을 강행하면 새정치연합은 급격히 동요할 것이다. 지금도 새정치연합은 장외투쟁 출구전략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절호의 기회로 보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국회로 들어갈 온갖 구실을 만들려 들 것이다. 국민, 민생, 경제 살리기 같은 익숙한 말들을 꺼내 놓으며 말이다.
새정치연합에 의존하지 말고 독립적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과거 대처 집권기 연속으로 선거에서 패배한 영국 노동당은 경제적 성공을 위한 “국민적 합의”를 강조하며 보수당 정책들을 수용했다. 교육, 보건, 복지 등 여러 부문에서 노동당의 정책은 점점 더 보수당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됐다.
오늘날에도 세계의 개혁주의 정당들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복지를 삭감하고 자신을 지지한 노동계급을 공격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강화할수록 새정치연합은 세계의 다른 여느 개혁주의 정당처럼 점점 더 실용주의적·기회주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 운동이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기대를 해선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