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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의 이주노동자를 내국인 노동자들은 지켜 줘야 한다

최근 경찰이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 들이닥쳐 미등록 이주노동자 10명을 추방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인 브로커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건설 현장에 취직시켜 주고 이들의 하루 임금(8만~13만 원)에서 20~30퍼센트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이런 관행은 전국의 건설 현장에서 일반적이다. 노동부도 미등록 이주노동자 없이는 건설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경찰의 수사 확대 계획은 건설 현장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취업을 막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외국인 범죄’ 적발 건수를 손쉽게 높이는 데 이용될 것이다.

건설 현장의 진정한 범죄는 건설 자본가들이 저지르고 있다. 그들은 이윤에 눈이 멀어, 노동자들이 세 시간에 한 명씩 죽어나가는 데도 산업재해 적용이나 안전 조처 이행도 거부하고,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면서도 임금 체불을 밥 먹듯이 자행한다.

사용자들의 진정한 ‘범죄’에 맞서 현장을 변화시켜 온 것은 경찰이 아니라 건설 노동자들이었다.

건설 노동자들이 이런 투쟁을 벌일 때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문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건설노조 활동가들은 이미 전국의 많은 건설 현장, 특히 수도권 현장들에 상당히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건설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조직을 건설하는 것을 막으려고 자본가들이 대체인력으로 이주노동자를 투입하는 일이 흔히 벌어진다.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서이지만, 또한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이주노동자를 적대시하는 것을 ‘현장의 정서’로 고착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따라서 건설 노동자들이 조직을 건설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경기 중서부, 대구·경북 등 일부 지역들에서 이주노동자를 조직하고 연대를 건설한 것은 모범적인 일이었다.

사실 건설노조 토목건축 분야에서는 이주노동자 문제가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노조 일부에서는 노골적으로 이주노동자를 적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해 왔다. 그러나 잘못된 편견에 맞서 이주노동자를 조직한 활동가들이 있었고, 이들의 노력은 건설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주노동자를 미워하는 정서가 퍼지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효과를 냈다.

노동계급 연대

그런데 자본가들이 건설노조 조합원을 고용하지 않거나 해고하는 일이 잦아지고, 비교적 나이가 많은 조합원들은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건설노조 토목건축 분야에서 건설 현장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둘러싸고 논쟁이 있는 듯하다.

논쟁의 요지는 이주노동자들과 조합원들 사이에서 일자리를 놓고 충돌이 벌어지면 (조합원을 고용에서 배제하거나 파업 때 이주노동자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불법 취업’을 문제 삼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주노동자 ‘추방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지는 않되, 문제가 불거진 현장에서는 ‘불법’ 고용을 이유로 사용자를 압박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을 부분적으로라도 막아 조합원들의 고용을 지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제한적일지라도,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를 내치는 것은 옳은 처사가 아니다. 이는 건설노조 일부 지역에서 어렵게 이주노동자들과 맺어 온 연대의 끈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특히, 경찰과 출입국관리소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할 때 노조의 이런 약점을 이용하려 들 것이다.

사용자들의 ‘불법’ 고용을 문제 삼는 건설 노동자는 자기가 전체 이주노동자 고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불법 취업’만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하지만, 건설노조 내에 존재해 온 이주노동자 배척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할 것이다. 지금도 건설노조의 일부 지역 지부들 내에서는 이주노동자를 추방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출입국관리소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신고하는 일이 벌어져 왔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못하면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떨어질 것이고 결국 사용자에 맞설 힘도 약화될 것이다.

옳게도, 2011년 건설노조 대구경북지부(대경지부)는 이주노동자를 배척하지 않고 노조로 조직하기 시작했다. 건설노조 대경지부 이길우 지부장은 “조합원들의 권익 지키기에만 급급해서는 얼마 안 가 조합원들도 고립돼 결국 성과를 도로 빼앗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경지부는 2012년 건설 현장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동등한 조건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였다. 이 투쟁은 큰 성공을 거뒀고 그 결과 조합원도 늘었다.

이에 맞서 대구경북 지역의 건설 자본가들은 이런 성과를 도로 빼앗기 위해 친사측 노조를 조직하고, 이주노동자를 더 많이 건설 현장에 투입하는 등 대경지부를 압박하고 있다.

일찍부터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앞장섰던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도 사용자들의 조합원 고용 배제라는 힘겨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고용불안 압력 때문에 이주노동자를 조직하고 연대해 온 훌륭한 활동가들의 일부도 상당한 정치적 압력을 받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 모두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동계급 연대의 관점에서 투쟁하는 것이 사용자의 일자리 공격에 맞서는 데 결국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