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더라도 원칙을 지켜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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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을 읽으시오.
9월 이후 운동이 다소 소강 국면을 보였다. 민주노총이 9월 27일 노동자대회를 취소하는 등 동원 노력을 소홀히 한 책임도 작지 않다. 특별법 제정이 쉽지 않은데다 집회 동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전망을 둘러싼 견해들이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일부 NGO 지도자들은 특검 수준으로 요구를 후퇴하자고 주장한다. 그래야 국회 내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주요 NGO들과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30일 발표한 ‘제안문’이 그런 것이었다. ‘탈진영론’이 새정치연합의 배신적 타협을 정당화해 주는 맥락에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국회 파행에 가족대책위의 원칙적 태도도 한몫 한다는 식의 논리로 이용될 수 있어 위험하다. 실제로 가족들이 특검 추천권으로 후퇴했지만, 돌아온 건 배신과 모욕뿐이었다. 이른바 화해(중재)파들은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일부는 공식 입장도 아닌 ‘원로’들의 ‘제안문’을 대책회의 사이트에 올리고 온라인에서 홍보했다가 항의를 받고 내렸다.
한편, 일부 급진좌파는 특별법에 갇히지 말고 ‘안전 사회’나 ‘박근혜 퇴진’ 같은 더 폭넓은 의제로 투쟁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전선이 첨예하게 형성돼 있다. 이를 건너뛰어 다른 의제로 가자는 것은, 말은 좌파적이지만 실은 뜨거운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다.
이 모든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가족대책위나 운동 참가자들이 고립감이나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완강히 버티는 국가 권력을 상대로 원칙을 지키며 싸우는 일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며,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거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당장 어렵다 해도 원칙을 지키며 싸워야 더 많은 대중에게 그 올바름을 입증받아 운동을 성장시킬 수 있다.
특히 하반기 2대 핵심 투쟁 과제로 “세월호 참사 대응”을 꼽고, “현장 투쟁과 세월호 국면 적극 결합 기조를 실현”하겠다고 한 민주노총이 정말로 실질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