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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불심검문 집착

8월 12일 경찰청이 발표한 󰡐공권력 확립 종합대책󰡑에 대한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경찰혁신위원회는 8월 26일 󰡐인권보호와 법집행의 효율성 제고방안󰡑 세미나를 통해 경찰력 강화를 다시금 들고 나왔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이 경찰의 직무집행법 개정 시도를 비판한다.

연쇄살인범 사건과 경찰관 살해 사건으로 인해 시민들이 받은 충격과 상처가 적지 않습니다. 아무리 󰡐희대의 살인범󰡑이라 해도 20명이 넘는 여성과 노약자들의 목숨을 앗아갈 때 도대체 경찰과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비난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누구도 내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기에 문밖이 불안하다는 것 또한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찰관 살해사건이 터졌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경찰관들의 엉성한 대응을 책망할 겨를은 없었습니다. 경찰관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어야 할 경찰관들이 오히려 범인에 의해 살해됐다는 소식은 시민들에게도 충격을 주었지만 동료 경찰관들에게는 더 큰 충격과 분노를 주었습니다.

이 두 사건이 있고 난 다음 경찰청은 그야말로 뜬금없이 󰡐불심검문 강화󰡑와 󰡐총기사용 완화󰡑라는 두 가지 재발방지 대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불심검문은 거동수상자에 대해 경찰관이 협조를 구하고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법률로 규정한 것입니다. 아무리 경찰관이 󰡐어떤 죄와 관계 있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도, 그것은 경찰관의 주관적 판단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길거리의 불심검문을 보면 양복을 입지 않고 입새가 좋지 않은 경우에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 하는 불심검문이든 법이 규정한 대로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경찰관은 그저 신분증을 달라고 할 뿐이지, 법이 규정한 대로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주고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 왜 검문을 하는지 어떤 목적 때문에 검문을 하는지를 설명하는 경우가 우리 나라에 실제로 있습니까?

그런데 불심검문은 앞서 말한 연쇄살인범 사건이나 경찰관 살해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경찰관들이 길거리에 서 있는 그만큼의 범죄예방 효과는 있겠지만, 강력범을 검거하는 효과는 전혀 없습니다. 범인들이 검문중인 경찰관 앞을 지날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고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갑자기 경찰청이 불심검문 문제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이는 경찰 일선의 동요를 잠재우고 그들의 분노를 불심검문 강화에 반대할 것이 뻔한 인권단체와 언론에게 돌리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꼼수가 아니라도 범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경찰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하고 시민들의 불편을 늘리고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시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경찰의 태도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입니다.

그저 젊다는 이유만으로 길거리에서 영장없이 체포되던 치욕스런 역사를 일부 경찰이 호시절로 기억하고 있는 한, 무엇보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시민적 통제가 하나도 작동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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